다 내 마음이 가난한 탓이다

by 글둥

다 내 마음이 가난한 탓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느끼는 모든 결핍과 이름 모를 불안은 외부의 침입이 아니었다. 그 모든것의 원천은 내 안의 빈터, 즉 가난한 마음이 스스로 길러낸 독초와 같은 것이었다. 인간은 본디 의미를 발명함으로써 세계를 지탱하는 존재라지만, 때로 그 발명품은 조물주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된다. 우리가 부여한 의미들이 거대한 벽이 되어 우리를 가둘 때, 그것은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니라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저주가 된다.


우리는 스스로 세운 그 의미의 제단 위로 모두가 달려가는 기이한 행렬을 만든다. 그리고 그 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정작 그 곁의 타인에게는 얄팍한 자존감을 무기로 상처를 입힌다. 알량한 우월감과 비루한 시기심이 뒤섞인 그 아수라장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알 수도 없을 것이다. 다 알고 있다는 오만함의 밑바닥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편견과 무지가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그 어두운 무지의 심연 속에서 분노와 혐오가 발효된다. 가식으로 무장한 채 '의미란 본래 허상일 뿐'이라고 냉소하며 고결한 척을 해보지만, 결국 우리는 그 허구의 감옥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비극적인 사실은, 이 굴레를 감옥이라 명명하는 나의 시선조차도 결국 그 가난한 마음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나는 내가 세운 감옥 안에서, 내가 마음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문장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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