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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Feb 20. 2023

나는 너의 용기를 보았다.

 2020년 초, 코로나가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시절.

아내는 아이의 유치원을 알아보기 위해 동네 이곳저곳을 다녔다.

내가 느끼기엔 다 비슷한 유치원이었고 작은 동네에 이렇게 많은 유치원이 있다는 사실에도 새삼 놀랐었는데, 엄마 눈에는 달라 보였나 보다.

그렇게 한 곳을 골랐고 그렇게 첫째 아이는 2년을, 둘째는 3년을 다녔다.

그리고 오늘 유치원 생활을 마침표를 찍는 졸업식을 했다.


 별것 없으리라 생각한 졸업식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밀조밀 만든 작품들과 선생님과 함께 준비한 공연 등을 보고 있자니 저 작은 아이들의 마음이 기특한 걸 넘어서 거룩했다.

약 20명 남짓한 아이들은 저마다 해맑은 미소로 엄마, 아빠를 쳐다보며 방긋 웃으며 자신의 유치원 졸업을 뿌듯해했다.

나의 딸을 제외하고...


 집에서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와 다름없지만 밖에서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유난히 긴장하고 낯을 가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시작과 동시에 얼음이 된 딸은 걷는 것부터 졸업증서를 받는 것까지 느릿느릿 거북이와 버금가는 스피드와 얼어붙은 얼굴로 모든 상황을 마주했다.

애써 웃어넘기려 했지만, 중간에 울며 뛰쳐나오면 어떻게 하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학사모가 불편했는지 고개는 그대로 굳어있었고 반갑게 인사하는 나의 손이 무색하게 멀뚱하게 쳐다보며 보이지 않던 손짓을 하던 딸은 그래도 하던 것을 끝까지 마쳤다.


얼마나 큰 용기였을까?

조마조마한 나의 마음보다 그 상황이 본인은 더 답답했을 터인데,

불평하지 않았다.

끝나고 안도의 미소를 보이던 딸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오늘의 너의 용기는 상황을 피하지 않고 이겨낸 너의 힘은 조금씩 더 세상으로 나아갈 때 힘을 내리라 믿는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모인 앞에서 나서서 무엇인가를 해 낸다는 것은 잘하는 것에 대한 의미보다 더 값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저 아이의 행동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소심해 보일지 몰라도 용기를 내는 것은 더 큰 마음의 결심이란 걸 기억해 두자.


그렇게 너의 마침표를 축하하고 다시 시작함을 응원한다.


그래 다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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