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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Feb 17. 2023

내 사진의 제목을 '만든다'는 것

사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결과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에 ‘제목을 붙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촬영할 때의 느낌을 생각하면서 하려고 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조금 더 멋진 제목으로 내 사진을 표현하고 싶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쉽게 촬영한 장소나, 촬영했을 때의 순간이나 시간 등으로 제목을 만듭니다. 좀 더 멋지게 내 사진을 포장하려고, 더 나은 단어가 없나 사전도 뒤져 보고, 영어로도 바꿔보고 합니다. 카페나 SNS에 올라오는 사진에 붙여진 다른 사람들은 제목을 잘 만들기만 하는 데 왜 나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굳이 제목이란 걸 붙여야 돼?’라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촬영만 하시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냥 멋있어서, 감동적이어서 찍은 건데...’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니면 ‘그 때 확 느껴지는 느낌’이 있어서였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처음 시작 문단에서 말씀 드렸듯이, 사진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신을 반영하는 결과물이며, 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어느 장소에서건 어느 상황에서건 내가 그 사진을 촬영하게 된 이유는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촬영하고 난 후에 느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셔터를 눌러 놓고서, 그 다음 제목을 정하려고 머리가 아프다면 처음에 했던 방법으로 촬영한 장소나, 촬영했던 순간이나 시간, 날씨 등으로 만들어도 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촬영해 오던 풍경사진에서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기겠죠.


내가 촬영한 사진에 제목을 만들고, 왜 이 사진을 촬영했는지에 대한 이유나 느낌을 설명하는 것들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이 내 사진에 대한 깊이를 만들고, 내가 이 사진을 촬영할 때의 느낌과 여러 가지 요소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내가 만든 제목이 어딘가 내 사진과 어울리지 않는다면(여기에는 연관되거나 연상되는 느낌까지 포함입니다), 그 제목은 어색한 것이 맞습니다. 내가 촬영할 때의 느낌과 촬영한 후의 느낌은 이것인데, 제목이 따로 놀아도 어색한 것이 됩니다. 


이런 제목 짓기는 멋진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혀서 전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 사진을 보게 되는 관람객들에게 내 작품을 표현하는 말을, 내 자신이 만들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요?


제목을 정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는 사람의 생각의 틀을 제목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연상하고 유추할 수 있는 데, 제목으로 인해 한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정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제목을 잘 만들어서 내 작품에 붙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필요합니다. 사진의 기본에 대한 것들을 알고 있어야 다양한 사진 요소들을 제목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진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적인 사진 이론을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씀 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 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서만 알고 있어도 됩니다. 


두 번째, 인문학적인 바탕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적’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배워왔던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등을 통해서 배운 지식이나 교양이 인문학입니다. 이제 와서 갑자기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말이나 활자화 된 글이나, 영상이나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내가 익혀 온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 번째, 객관적인 입장에서 내 사진을 바라봐야 합니다. 객관적이되, 내 사진에 대해 비평하지 말고 칭찬해야 합니다. 사진의 특징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라면 이 사진에 제목을 어떻게 붙일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모든 것들, 즉 갓 태어난 아기, 처음 마주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에 이름을 붙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새로운 느낌의 앵글을 촬영하거나, 비록 내가 다른 사람이 촬영했던 장소에서 촬영을 했을지라도, 그 사진은 내가 처음 만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름이 있어야겠죠. ‘응, 이것이 이번에 내가 찍은 사진이야’로 내가 느낀 많은 것들을 다 사라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네 번째,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내 사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단어나 문장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 요소들에 대한 설명,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 등등 제목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단, 너무 장황하거나 어렵게 하기 보다는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진으로 연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면 더욱 좋습니다.


할수록 어려운 ‘제목 짓기’,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내 사진의 값어치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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