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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Apr 07. 2021

빛을 알려고 한다면 먼저
빛을 느껴 보세요 - 1

스마트폰 인생샷을 위해

#배다리 헌 책방거리 입구에 다다르니 선배가 기분좋은 미소로 반깁니다. 인사를 나누고 헌 책방거리로 들어 섰습니다. 배다리는 원래 바닷가던 이곳에 배를 대던 다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제가 침탈을 하던 조선시대 후반에는 지금의 개항장 거리에서 쫒겨난 조선인들이 모여 살았고, 해방 후에는 피난민들이 모여서 살던 마을입니다.


배다리에 헌 책방 거리가 형성된 것은 1960년대입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고 새 책을 살 수 없었던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 졌습니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80년대까지는 30-40개의 헌책방이 있었으니 그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후 80년대 중반부터 경제가 발전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5-6군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와 영화 극한직업 촬영지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막상 와서 초라한 모습에 실망들을 합니다. 하지만 초라한 헌책방 거리에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몇 남지 않은 헌책방이지만 고서를 비롯 각종 책들을 접할 수 있어 아날로그 감성을 더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강제 개항기부터 경제의 중심지로써 정미소, 양조장, 그리고 많은 남자들의 추억(?)을 부르는 '성냥공장 아가씨'라는 노래의 근거지인 인천 #성냥공장 박물관도 있습니다.(물론 지금 정미소와 양조장은 없어지고 양조장 터 입구에 깡통 로봇이 촬영포인트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선배와 저는 헌책방 거리를 벗어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영화초등학교(구 영화학당)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음이 쉬는 공간'이라는 카페 마.쉬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걷습니다. 걷다보니 수십년을 같은 자리를 지켜온 '개코 막걸리'라는 술집도 보이고, 인천지역 일제 항거의 근원지였던 3.1운동 유적지도 보입니다. 개통이 미뤄져 끊어진 길에 푸르른 텃밭도 보입니다. 스마트폰 기본보정 프로그램에서 그림자를 (+)15 정도 올리고, 노출을 밝게 해서 사진을 완성합니다.



길을 걸어, 쇠뿔을 닮았다고 '우각로'라 이름붙여진 도원역 뒷쪽 숭의동 달동네 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철길을 따라 조성된 야외 갤러리 길에 벚꽃이 지천입니다. 예쁜 벚꽃이지만 스러져가는 봄날과 함께 어떻게 표현할까 잠시 고민합니다. 벚꽃 나무마다 긴 겨울을 이기느라 둘렀던 보온소가 보입니다. 인물사진 모드(갤럭시는 라이브 포커스 모드)로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합니다. 표준렌즈 조차도 광각인 스마트폰 카메라의 특징을 살립니다. 달리 보정할 것 없이 그림자만 (+)로 올려 줍니다.



화사한 벚꽃 길을 걸어 작은 골목길을 들여다보니 떨어진 햇살에 그림자가 예쁩니다. 빛은 당연히 그림자가 있어 더 빛난다는 진리가 맞는 순간입니다. 스마트폰을 비틀어 그림자가 대각선이 되게 촬영합니다. 노란 바닥에 대비되는 초록색 벽면도 프레임 끝에 위치 시킵니다. 그림자의 어두운 부분을 위해 기본보정에서 대비를 약간 올리고 그림자를 (+)로 살려줍니다.



골목을 나와 다시 걷다보니 노랗게 칠해진 집이 보입니다. 주변에 어우러진 나무들이 너무 시선을 빼앗아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합니다. 나무 그림자를 살리고 노란벽과 근접색인 초록을 적절한 비율로 배치합니다. 강렬한 햇살에 죽어버린 초록색을 살리기 위해 스냅시드로 보정합니다. 기본보정 메뉴에서 밝기를 올리고 채도를 지나치지 않게 (+)10 정도 줍니다. 하이라이트를 조금 올려 밝은 느낌을 강조하고 음영을 (+)20 정도 올려 초록색을 살립니다.



선배와 잠시 추억에 젖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산동네가 시작되는 우각로 입구입니다. 지난 날 사람들이 힘들게 걸어 올랐을 입구를 촬영합니다. 빈티지한 느낌을 위해 스마트폰 기본보정에서 조절을 합니다. 노출은 충분하니 건드리지 않고 하이라이트를 약간 낮춰 하늘을 파랗게 살려줍니다. 블랙포인트를 (+)10 정도 올려 진득한 느낌을 더합니다. 그리고 빈티지한 느낌을 위해 따뜻함을 올려서 노란색 느낌을 더하고, 색조를 (-)로 낮춰 초록색이 사진에 돌게합니다. 빈티지한 느낌의 골목 사진이 완성됩니다.



큰 병 치레를 하신 선배를 위해 천천히 산동네를 오릅니다. 해가 천천히 머리 위로 오르고 있습니다. 인물사진을 촬영하기에는 안좋은 정오의 직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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