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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Apr 07. 2021

빛을 알려고 한다면 먼저
빛을 느껴 보세요- 2

스마트폰 인생 샷을 위해

한낮의 강한 태양빛은 사물의 형태를 강조하고 진한 그림자를 만듭니다. 한낮의 직사광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또한 강한 빛은 컬러 밸런스를 깨서 정확한 색상을 표현하기 힘듭니다. 직사광은 대비가 강하고 거친 느낌을 가진 사진을 만들어 냅니다. 인물사진을 촬영한다면 거친 피부와 강한 명암 대비로 인해 예쁜 사진이 나올 수 없습니다. 굳이 이런 날 인물사진을 촬영한다면 그늘이나 건물 아래, 또는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예제 사진에서와 같이 거친 느낌이 강하고 색상은 곱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선배와 함께 우각로를 걸어 오르니 좁은 골목 틈으로 강하게 내리쬐는 빛이 보입니다. 노란 벽과 함께 강한 빛에 의한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대비를 만들어 냅니다. 빛을 받은 노란 벽면에 노출을 맞추고 촬영합니다. 강한 대비를 염두에 두었던 터라 그림자 부분을 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본 보정에서 대비를 약간 올리고 음영 부분을 (-)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강한 대비를 생각했지만 하얀 집과 하늘은 살려야 하겠기에 하이라이트를 (-) 15로 내려줍니다. 원하던 사진이 완성됐습니다. 



여기저기로 뚫린 미로 같은 골목들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섰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청년들이 문화운동으로 구도심을 살리겠다고 한참 들어와서 애쓰던 공방들과 문화운동 공간들이 폐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골목길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들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공동 육아를 하며, 사회성을 배워가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발달로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한 공간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지나가는 것들은 굳이 보존할 가치가 없다면 지나가게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먹을 것 없고 못 살던 시절에는 가능했던 다닥다닥 붙어 있던 그 골목의 삶들이 지금 와서도 가능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 공간을 메꿨었던 도시화, 산업화의 주역들은 이제 그 공간을 모두 떠났습니다. 그들의 자녀들도 떠나고 이제는 나이 드신 분들만 몇 집 걸러 살고 계실 뿐입니다. 이런 공간에 문화운동을 하고 벽화를 그린다고 해봤자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은 썩어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시에서도 의욕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고 활성화시키려 했지만 성과 없는 일들에 지쳐 지원을 끊자 그나마 있던 젊은 활동가들과 작가들마저 모두 떠나 버렸습니다. 그 시절을 아쉬워하고 '골목은 도시의 핏줄이다'라고 말들도 합니다. 하지만 구도심의 골목길은 이미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골목을 오르니 몇 년째 반기는 개들이 보입니다. 익살스러운 주인분이신지 한 마리의 눈썹을 매직으로 그려 놨습니다. 예전에 했었던 김미화의 코미디 프로가 생각납니다.


 

골목 끝에 다다르니 그 옛날 박태선 장로라는 사람의 전도관이 보입니다. 이 동네의 행정구역명이 미추홀구 숭의동 109번지이고 전도관을 중심으로 동구 금곡동과 송림동이 붙어 있지만, 전도관으로 인해 전도관 동네라는 이름으로 더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전도관을 내려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니 하얀 색의 벽면이 반깁니다. 비록 칠이 오래되어 누런 색을 띠고 있지만 강한 빛에는 좋은 소재입니다. 역광 상태가 아니라서 하늘을 파랗게 살리는 것은 포기하고 흰색을 살리기로 합니다. 대각선의 그림자가 골목 끝 소실점으로 향하는 소실점 구도와 대각선 구도를 같이 나타내 봅니다. 


스냅 시드 기본 보정에서 다른 것은 그대로 두고 분위기를 (+) 15, 음영을 (+) 15 정도 줍니다. 바닥의 질감과 흰색 벽면의 질감이 살아납니다. 하늘을 더 푸르게 하자면 색이 어색해질 것 같아서 포기합니다. 한 낮이므로 다른 것은 손대지 않고 사진을 내보냅니다. 



소실점의 끝인 골목 끝으로 가니 굽이굽이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집니다. 금세라도 저 대문 어디에선가 아이들이 깔깔 거리며 뛰어나올 것 같습니다.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좁은 골목을 지나 내려오니 또 다른 빛이 나를 반깁니다. 초록 벽면 반대쪽 벽에 바짝 붙어 떨어지는 빛을 촬영합니다. 촬영하고 보니 인물사진 모드였지만 그냥 두고 보정합니다. 이 사진 또한 노출은 손대지 않고 음영 부분만 (+) 20 정도로 살려줍니다. 강한 빛으로 인해 초록색이 잘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컬러는 확산광이나 비 오는 날, 비가 갠 후에 더 잘 표현됩니다. 



골목을 돌아 지나가는데 다 스러져가는 벽면 아래쪽에 가지런히 놓인 화분들이 보입니다. 아직까지 살고 계시는 어느 분이 가꾸는 꽃밭인가 봅니다. 돌이켜보면 그 어려운 시절의 골목길은 구석구석 화분이나 꽃들이 담장으로 늘어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덜 각박한 시절이었나 봅니다. 명암의 대비가 극심해 적절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노출을 바닥면에 맞추고 촬영합니다. 스냅 시드로 불러와서 기본 보정을 합니다. 하이라이트를 (-)로 낮추어 흰색 벽면의 질감을 살립니다. 분위기를 (+) 20 해서 전체적인 디테일을 살립니다. 마지막으로 음영을 (+) 15 더해서 사진을 완성합니다. 음영의 대비 정도를 치우치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합니다.



오래된 백반집을 들러 선배와 늦은 점심을 합니다. 선배의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나른한 여름날 오후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도원역 방향으로 걷습니다. 차를 두고 온 터라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1호선 도원역 앞은 아파트 신축과 인천 종합운동장으로 한창 정신없습니다. 먼저 차를 타고 가는 선배를 뒤로하고 멀리서 우각로를 담아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질 풍경이라 애틋함이 더합니다. 파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 한가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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