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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May 22. 2023

잰걸음으로 곁에 온 이 여름날

가득한 기대로 이른 새벽을 가르고 도착한 우포늪에서 멋진 물안개와 환상적인 일출을 기대합니다. 이런 기대를 알고는 있는지 우포늪은 심한 안개로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동남아 어느 숲 속에 와 있는 듯, 늘어진 나무줄기와 다양한 새소리만이 운치를 더합니다.

안개가 조금 걷히고 열심히 상앗대를 늪에 쑤셔 넣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입니다. 늪 중앙으로 멀리 저어 가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짙은 구름 위로 잠시 해가 얼굴을 보입니다. 

'그래, 오늘 3만 보 찍어 보자' 이른 새벽부터 이미 만 보를 걸은 지친 다리를 독려합니다. 비쳐드는 햇살과 신선한 공기마저 없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입니다.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상쾌함으로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이 아침입니다.

양귀비와 샤스타데이지는 제 모습을 다 갖추지 못했지만, 공원 가득한 금계국이 화사하게 반깁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연두색이었던 주변이 진한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강을 따라 악양루까지 걸어 봅니다. 멀리 보이는 꽃밭은 아직 덜 자란 꽃들만 가득합니다. 머리까지 솟아 오른 사초 군락지를 친구처럼 보이는 여인들이 연신 웃으면서 지나갑니다. 참 화사한 날입니다.

안동까지 가서 만난 무점마을 외나무다리는, 비가 모자라 많이 메말라 있습니다. 모래사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외나무다리를 떠 받치고 있습니다. 아슬아슬 외나무다리를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얕은 강물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 다정스러운 아빠와 딸의 모습도 보입니다. 참 여유롭고 여유로운 날입니다. 천천히 마을을 걸으며 이 여유로움에 동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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