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 작가 Oct 03. 2023

퇴고를 마친 자의 여유?

연휴 기간동안 잠도 거의 못 자고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미뤄뒀던 '사진디자인' 책 원고를 마감하기로 출판사하고 약속을 했기 때문이죠. 연휴 첫 날 번개와 막걸리로 연휴 기분 다 내고, 꼼짝없이 글만 썼습니다. 어제부터 퇴고를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고치고 첨가할 게 많은지. 이걸 끝낼 수나 있으려나 했는데 새벽에 다 마무리 했네요.


번개를 올렸는데, 생각해보니 다들 추석 연휴에 힘들기도 하시고, 이리저리 바쁘실 것 같아 일찍 접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시간에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무작정 차에 올랐습니다. 어제까지 맑던 하늘이 비라도 내릴 듯 꾸물거리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서울로 향하던 방향을 꺾어 헤이리 예술마을로 달립니다. 차 안 가득 Dr.Dre와 Snoop Dogg이 목이 터져라 외쳐대고 있습니다.

헤이리에 가까워 질때쯤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길게 늘어선 차를 보니 오늘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마음 편하게 사진기를 들이대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차를 하고난 후, 헤이리 바로 옆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여유롭게 돌아봅니다. 시설은 멋지게 해놨는데 어딘지 아쉽습니다. 직원분들의 친절함으로 아쉬움을 대신합니다. 헤이리 1주차장 입구에 있는 '빛의 화가, 모네 레플리카 전시' 갤러리에 7,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갑니다. 레플리카(Replica)는 원래 제작자 본인이 자기 그림을 복제한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들어 가 보니 컴퓨터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이건 정확하게 말하면 복제(Copy)입니다. 그래도 열심히 관람합니다.

갤러리를 나와 사람들이 없는 한가한 곳을 찾아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카메라를 들이대기 보다 여유롭게 경치를 즐깁니다. 누가 살고있는지 모르는 건물들과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담아봅니다.

이런 곳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커피 생각이 납니다.

헤이리 예술마을 거의 끝자락에 빨간 벽돌로 지어진 카페가 보입니다. 역시 이름에는 관심이 없는 1인 입니다. 커플들만 가득한 카페에서 당당하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합니다. 창가와 베란다 쪽은 이미 만석이라 구석에 자리를 잡고 못 읽었던 책을 꺼냅니다. 읽을 시간도 없으면서 책 욕심에 사 놓은 책이 책장 가득입니다.

출판단지를 갈 까 하다가 귀찮아져서 집으로 향합니다. 자유공원 쪽으로 돌아서 가다가 차를 세웁니다. 오늘 저녁 노을이 무척이나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긴 연휴가 소리없이 지나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소한 것들이나 아주 작은 것들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