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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Jan 08. 2024

Oil to Culture_문화비축기지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가르치는 분들이 수강생들을 이끌고 많이 들린다는 '문화비축기지'를 처음 가봤습니다. 1973년의 세계적인 Oil Shock 이후 박정희 정부에서, 서울 시민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석유량을 몰래 보관했던 장소죠. 2002년 월드컵 개최가 확정되고 나서 안전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던 공간을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 때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가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겨울이라 더 그런지는 모르지만, 당시 석유를 보관하던 탱크들의 붉은 녹들은 황량함을 더 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가까운 설비동을 시작으로 천천히 한 바퀴 돌아봅니다.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인 설비동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지 어수선한 느낌이 가득입니다. 색을 지우고 흑백으로 담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어났었던, 3.1 운동의 민족정신 계승과 소작 농민들의 농민운동을 모티브로 한 '암태도(서용선 작가)'를 전시하고 있는 T5 탱크를 필두로 다양한 문화 공간들이 보입니다. 같이 가신 분들과 빨리 움직인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3개의 탱크를 도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앞으로 나가고자 해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담으려는 열정에 진도는 더딥니다. 카메라가 없을 때는 평범하신 분들이, 손에 카메라를 잡으면 어디서 저런 열정들이 넘쳐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일찍 넘어가는 오후 햇살에 조금 더 빨리 움직여 봅니다. 이런 우리 마음을 읽은건지 해가 일찍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감도를 올려서 촬영을 합니다만, 빛이 없는 상황에서 철 구조물들은 느낌이 반감합니다.

어쩔 수 없이 촬영을 멈춰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따듯한 차를 떠올리며 카페로 향합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겨울의 짧은 해가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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