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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Apr 12. 2021

아주 쉬운 스마트폰 사진보정(1)

스마트폰 인생 샷을 위해

아주 쉬운 스마트폰 사진 보정(1)


주말이 되면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들이 아까워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읽던 책을 덮고 집을 나섰습니다. 귀에 에어팟을 꽂고 ‘radio USA’의 ‘Today Hits’ 채널을 선택합니다. 흥겨운 음악에 기분이 들떠 오늘은 먼 거리를 코스로 잡아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왕복 10km는 거뜬히 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기분으로는 문제없겠다는 괜한 자신감이 듭니다. 시계를 보니 자정을 지나 12시 26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레버를 돌려서 신발을 조이고 힘차게 걷기 시작합니다.



좋은 사진을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정확한 노출을 주고 구도를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정확한 노출은 당연히 빛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라고 말해 왔습니다. 빛에 따라 피사체인 사람이나 사물이 다양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빛이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일종의 진리와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빛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빛을 보는 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밤거리, 특히 구도심의 밤거리는 빛을 살피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빛(광원)은 하나라는 기본에서 출발했을 때, 이 전제에 가장 맞는 것이 구도심의 밤거리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왜 하나냐고요? 일상에서 우리를 비추는 빛은 태양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태양광이 피사체의 질감과 입체감 등을 결정합니다. 태양광을 제외하고, 건물이나 바닥에 반사된 광, 인공으로 쏘아지는 광등은 주광(Mail Light)이 아닙니다. 주광인 태양광을 보조해 주는 보조광들에 지나지 않습니다. 광원, 즉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만이 진정한 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공광원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싸아한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십니다. 며칠 전 선배와 걸었었던 길을 거꾸로 걷기 시작합니다. 구도심을 좋아하고 골목길을 사랑하는 저이지만 이런 새벽은 무서울 때도 많습니다. 10채의 집중 한 집 정도만 사람이 살고 있으니 거의 폐가 수준에 가깝습니다. 군데군데 썩어 내려앉은 집들이 스산함을 더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려움이 없는 저도 오싹오싹 한기가 느껴지곤 합니다. 음악 볼륨을 높이고 발걸음을 빨리 합니다. 주변이 제대로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우각로의 빈 공간들을 재빠르게(^^) 벗어나 '창영 철로 갤러리' 길로 들어섭니다. 조명이 거의 없어 촬영할 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 끝까지 시선을 돌려보니 거의 끝 지점에 오렌지색 가로등이 보입니다. 왜 오렌지색 가로등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괜찮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가로등에 벚꽃나무가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도심의 단조로운 조명은 빛을 보는 눈과 흑백사진에 대한 감각을 배우기에 좋습니다. 아이폰 카메라의 '야간모드'를 끄고 촬영을 합니다. 야간모드 성능도 좋지만, 간혹 밤의 느낌을 살리려고 끄고 촬영을 합니다.

카메라를 열고 먼저 빛의 방향을 살핍니다. 빛이 비치는 방향을 보면서 피사체 주변을 돌아봅니다. 같은 피사체, 같은 빛이라도 조금 더 다르게 보려고 고민합니다. 어떤 앵글이 좋을지 머릿속에서 그려봅니다.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전 이미 마음속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촬영된 사진을 보니 오렌지색 조명의 느낌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스냅 시드로 불러와서 기본 보정 메뉴를 엽니다. 채도와 따뜻함을 올려 눈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만듭니다. 비네트를 조금 더할까 하다가 빈티지 메뉴에서 오렌지 계열 필터를 선택합니다. 사진을 내보냅니다.



사진이 완성됐지만 어딘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나무 주위를 돌아봅니다. 다른 앵글을 찾아서 촬영합니다. 세로 포맷보다 사방으로 꽉 찬 정사각형 포맷을 선택합니다. 조금 더 나아졌다고 자족하며 걸음을 옮깁니다.



계속 걷다 보니 동인천역 뒤쪽에 있는 '중앙시장'입니다. 포목과 혼수 등으로 200여 미터의 시장 골목이 가득 찼던 곳입니다. 70년대 초에 만들어져 80년대 후반까지 번성하다 쇠퇴한 곳입니다. 동인천 지하상가로 연결이 되고 근처에 미군 물품을 팔던 속칭 '양키시장'이 있어 흥하던 곳이었습니다(양키시장은 나중에 다룰 시간이 되겠죠).

모든 상가들이 문을 닫은 시간이라 거리가 휑합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태양을 가리는 천막들이 보입니다. 올려다보면서 촬영 포인트를 찾아봅니다. 벌레가 보는 것 같은 앵글이라고 해서 '웜즈 아이 뷰'라 이름 지어진, 로우앵글보다 더 낮은 자세로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긴장감을 위해 앵글을 약간 비틀어 촬영을 합니다. 야간모드로 촬영했더니 전체적으로 고른 노출을 보입니다. 흑백으로 변환을 생각하고 스냅 시드 기본 보정에서 밝기를 올립니다. 분위기와 음영을 올려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도 살려줍니다. 흑백으로 변환합니다(보정 데이터 사진은 보정을 위해 다시 한번 촬영했습니다).




긴 골목을 지나 문이 잠긴 동인천 지하상가를 크게 돌아 자유공원으로 올라갑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입구마다 쳐져 있는 줄 때문에 발길을 신포동으로 향합니다. 신포동 거리와 개항장 거리는 대낮처럼 환하게 조명이 가득합니다. 이 새벽에 뭔 낭비냐는 푸념을 하면서 다시 걷습니다. 집에 가까울수록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가 훌쩍 지나 있습니다. 깜짝 놀라 좀 더 빠르게 걷기 시작합니다.


새벽 3시 36분,


거의 3시간 여의 야간 산책이 끝났습니다. 원하는 사진은 몇 장 못 찍었지만 구도심 밤거리를 걷는 것은 기분이 좋습니다. 음악도 좋고 복잡했던 머릿속 정리도 다 끝낸 기분입니다. 노이즈 캔슬링으로 계속 들었던 에어팟을 빼니 주변의 소음과 함께 귀가 멍합니다. 청아한 이 밤도 '굿 나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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