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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는 하나 없는 대관령 양떼목장

by 채 수창

이른 5시 30분, 망원한강공원 1주차장의 공기는 쌀쌀합니다. 오래 전부터의 약속이었던 ‘대관령 양떼목장’을 드디어 가는 날입니다. 카메라를 들고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 상황이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눈이 쌓여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불빛 없는 캄캄한 도로가 마음을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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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였습니다. 양떼목장에 다 와 갈 때 까지도 날씨는 흐리기만 했는데, 1km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날씨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더 어두워지고 안개가 자욱합니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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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를 뚫고 도착한 양떼목장 입구, 이미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 쪽 골목에 주차를 하고 모두들 장비를 챙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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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어떻게 우리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눈을 보자 흥분되는 것을 금방 들켜 버렸습니다. ‘네, 제가 아직 철이 없나 봐요’ 환하게 미소로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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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셔터를 눌러대자, 오지랖이 넓으신 한 분께서 ‘여기서 찍지 말고 위로 올라가면 찍을 게 널려 있다’고 말합니다. ‘웬 참견?’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양떼목장으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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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주제이며 오브제들입니다. 이 좋은 풍광을 놓칠 수 없죠. 역시나 우리의 진행은 느릿느릿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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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작업이 진행된 곳에 가서 서보니 내린 눈이 1m에 육박합니다. 올해도 거의 겨울의 끝자락에 눈이 호사를 합니다. 촬영 게이지가 눈이 쌓인 높이만큼 쌓여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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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목장 둘레 길을 천천히 돌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안개 가득했던 날씨는 갑자기 쾌청하게 변합니다. 열심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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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서부터 안개가 밀려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너 어디 한 번 잘 찍어봐라’ 양떼목장은 쉽게 그 모습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아무 것도 못하고 한 참을 서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상황대로 또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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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1 정도 올라 왔는데 벌써 3시간이 지났습니다. 겨울해가 짧은 걸까요, 저희들이 느린 걸까요?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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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라 선 순간, 너무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촬영을 포기하고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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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군데 더 셔터를 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매표소에 다다랐습니다. 거의 5시간여의 양떼목장 촬영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결과물이야 뭐 중요하겠습니까? 좋은 분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이 더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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