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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Feb 14. 2024

양떼는 하나 없는 대관령 양떼목장

이른 5시 30분, 망원한강공원 1주차장의 공기는 쌀쌀합니다. 오래 전부터의 약속이었던 ‘대관령 양떼목장’을 드디어 가는 날입니다. 카메라를 들고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 상황이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눈이 쌓여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불빛 없는 캄캄한 도로가 마음을 대변합니다. 

기우였습니다. 양떼목장에 다 와 갈 때 까지도 날씨는 흐리기만 했는데, 1km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날씨가 급격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더 어두워지고 안개가 자욱합니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안개를 뚫고 도착한 양떼목장 입구, 이미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 쪽 골목에 주차를 하고 모두들 장비를 챙기기 시작합니다. 

‘작가님, 어떻게 우리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눈을 보자 흥분되는 것을 금방 들켜 버렸습니다. ‘네, 제가 아직 철이 없나 봐요’ 환하게 미소로 답합니다. 

입구에서부터 셔터를 눌러대자, 오지랖이 넓으신 한 분께서 ‘여기서 찍지 말고 위로 올라가면 찍을 게 널려 있다’고 말합니다. ‘웬 참견?’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양떼목장으로 걷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주제이며 오브제들입니다. 이 좋은 풍광을 놓칠 수 없죠. 역시나 우리의 진행은 느릿느릿 합니다. 

제설작업이 진행된 곳에 가서 서보니 내린 눈이 1m에 육박합니다. 올해도 거의 겨울의 끝자락에 눈이 호사를 합니다. 촬영 게이지가 눈이 쌓인 높이만큼 쌓여 올라옵니다.

양떼목장 둘레 길을 천천히 돌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안개 가득했던 날씨는 갑자기 쾌청하게 변합니다. 열심히 셔터를 누릅니다. 

산 정상에서부터 안개가 밀려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너 어디 한 번 잘 찍어봐라’ 양떼목장은 쉽게 그 모습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아무 것도 못하고 한 참을 서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상황대로 또 셔터를 누릅니다. 

3분의 1 정도 올라 왔는데 벌써 3시간이 지났습니다. 겨울해가 짧은 걸까요, 저희들이 느린 걸까요?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정상에 올라 선 순간, 너무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촬영을 포기하고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합니다. 

몇 군데 더 셔터를 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매표소에 다다랐습니다. 거의 5시간여의 양떼목장 촬영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결과물이야 뭐 중요하겠습니까? 좋은 분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이 더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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