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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Feb 19. 2024

사진미학으로 바라보기_11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104마을을 오르고 올라 만난, 아침 햇살이 길게 비치는 오렌지 색 담장, 햇빛을 등지고 속살을 드러낸 파란 하늘은 색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도해 1). 담장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것에서 겨울 햇살이 강렬하고 거친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던 공간을 지켜내고 비바람을 막아내던 ‘견고한’ 담장은, 담장 아래쪽에 약한 대각선에 의해서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담장에 드리워진 어지러운 나무 그림자들이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킵니다(도해 2). 이 나무 그림자는 담장을 넘어, 담 위로 올라와 있는 나무들에 의해 더욱 어수선함과 불안감을 보입니다. 담장과 나무 그림자, 나무들은 정과 동의 대비입니다. 담장 아래쪽의 수평선과 담장 위 수평선의 안정감은 그림자에 의해 만들어진 삼각형의 대각선에 의해 운동감을 나타냅니다. 

< 도해 1(왼쪽)  /  도해 2(오른쪽) >

담장의 견고함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최종적인 요소는, 사진 왼쪽에 보이는 붉은색 ‘위험’이라는 경고문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지키는 견고함이 아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요소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안정되게 보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공간, 사람들이 떠난 공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긴장감, 이것이 이 사진이 나타내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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