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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 인천 골목길

by 채 수창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좋은 분들과 인천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재개발이 한창인 구역 한편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 가는 구도심 골목길이 겨울의 여운을 간직한 모습으로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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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역을 시작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옵니다. 얼음이 녹아내린 골목길은 내리 비치는 강렬한 햇빛 아래 녹슨 이빨처럼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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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낙서로 가득 차 활기가 돌던 벽들은 비와 방치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지나간 계절에 따라 그 이야기도 희미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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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떠나간 골목길이지만 골목은 도시의 속삭임을 담고 있습니다. 작은 창틀까지 올라온 나무 그림자는 잊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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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에 번진 그림자와 나뭇잎은 문 너머 사람들의 삶을 잠깐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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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천막 아래 조용한 구석, 간판 아래에는 이 도시의 끝자락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가 남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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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어 가면서 자유공원의 골목길은 오렌지 빛으로 깊숙이 빠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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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를 털어냈었던 나무는 봄이 산들 바람에 속삭이듯,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고 활기찬 혼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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