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 작가 Feb 24. 2024

겨울 끝자락, 인천 골목길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좋은 분들과 인천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재개발이 한창인 구역 한편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 가는 구도심 골목길이 겨울의 여운을 간직한 모습으로 놓여 있습니다. 

도원역을 시작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옵니다. 얼음이 녹아내린 골목길은 내리 비치는 강렬한 햇빛 아래 녹슨 이빨처럼 반짝입니다. 

한 때 낙서로 가득 차 활기가 돌던 벽들은 비와 방치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지나간 계절에 따라 그 이야기도 희미해져 갑니다. 

사람들이 떠나간 골목길이지만 골목은 도시의 속삭임을 담고 있습니다. 작은 창틀까지 올라온 나무 그림자는 잊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리창에 번진 그림자와 나뭇잎은 문 너머 사람들의 삶을 잠깐 떠올리게 합니다. 

아직은 천막 아래 조용한 구석, 간판 아래에는 이 도시의 끝자락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가 남아 있고

날이 저물어 가면서 자유공원의 골목길은 오렌지 빛으로 깊숙이 빠져 듭니다. 

가지를 털어냈었던 나무는 봄이 산들 바람에 속삭이듯, 겨울 외투를 벗어던지고 활기찬 혼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서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진미학으로 바라보기_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