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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Apr 25. 2021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스마트폰 인생 샷을 위해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


어느 날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본 친한 선배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남들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는 눈을 먼저 길러야겠는데,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고 과연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받고서 저는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지금껏 저는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연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는지, 아니면 잘 찍은 사진이 무엇인지에만 매달려 있었는지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좋은’이라는 의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고 평가할까요? 1/3의 법칙이나 사진구도, 사진 디자인이 이론적으로 잘 들어맞은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 할까요? 아니면 시각적으로 뭔가 다른 충격을 주는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 할까요? 아니면 마치 회화 같은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 할까요? 


<사진 1_1 인천 동구 구도심 골목>


한 장의 멋진 사진을 접했을 때 우리는 ‘사진 정말 잘 찍었다’고 말합니다. 이때 잘 찍었다는 의미는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 사진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잘 찍은 사진은 빛과 사진 디자인을 조화롭게 이용한 사진입니다. 빛과 사진 디자인 요소들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고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들입니다. 


빛이 자연광인지 인공광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성질의 빛인지 알아야 합니다. 조명을 이용해서 주제를 어떻게 강화하고 표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사진 디자인으로 통합할 수 있는 1/3 법칙, 황금분할, 구도, 선, 형태, 질감, 프레임 등은 사진을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만들고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주제와 부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주제와 부제 간의 대칭과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합니다. 움직임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공간은 어떻게 분할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프레임을 선택하고 사진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화면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렇게 모든 사진 요소들을 조화롭게 사용한 '잘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사진 촬영의 요소들이 기술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사진입니다. 스마트폰(DSLR, 미러리스 동일)은 초점과 노출을 자동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사진가는 구도와 나머지 사진 요소들에 집중하면 됩니다. 이제는 사진을 잘 찍는 것은 더욱 쉬워졌습니다.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의 장점으로 잘 찍은 사진은 주변에 차고 넘치는 상황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수없이 많은 사진가들과 사진가를 꿈꾸는 생활 사진가들이 촬영을 합니다. 내 전에 사람이 찍었고, 지금의 내가 찍고 또 다음의 누군가가 찍을 그 장소에서 말입니다. 생활 사진가들이 전문가(여기서는 직업적인)를 능가하는 장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장면을 촬영하면 나도 좋은 사진을 찍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잘 찍은 사진을 봤을 때 묻는 말이, '여기 어디예요?'와 '장비가 뭐예요? 조리개와 셔터 속도는 어떻게 하셨어요?' 하는 이유입니다.


<사진 1_2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바라본 풍경>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과연 잘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좋다고 평가한 사진이 정말 좋은 사진일까요? 보편성과 대중성은 사진에 대한 가치를 부여합니다. 잘 찍고 공감을 많이 받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 될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창조적인 행위를 하는 사진가에게 보편성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매너리즘을 야기합니다. 각자의 취향과 가치관이 다른 상황에서 보편적이고 전체적으로 공감을 얻는 사진을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보편성과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사진에 몰두합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면을 제외했을 때 '좋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 번째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조건은 촬영을 할 때 사진가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사진가의 의도와 목적이 보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이미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신중하게 주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우연성에 의존하지 말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프레임 안의 모든 요소들을 의식적으로 평가하고 어딘가 어색한 부분은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빛과 사진 디자인을 체화시켜 무의식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마음의 눈으로 촬영 전 사진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사진 1_3 인천 동구 골목길에 내리는 햇살(좌측)  /  세종호수공원(우측)>


두 번째로 좋은 사진을 위한 조건은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은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좌우하지만 이 힘은 사진가의 관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힘의 표현 방식은 독창적일 수도 있고 상징적일 수도 있습니다. 주제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피사체를 배치해야 합니다. 주제가 사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해야 합니다. 부제는 주제를 부각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사진 1_4 파라솔(좌측)  /  인천 미추홀구 구도심 골목길(우측)>


세 번째로 좋은 사진을 위한 조건은 사진에 이야기가 들어 있어야 합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촬영하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사진이 주는 뜻을 파악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사진 뒤에 있는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합니다. 피사체는 의도적으로 선택되어야 합니다. 사진 기술적으로도 가치가 있어야 하지만 개인적인 신념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사진 1_5 인천 구도심 골목길 : 오랜 친구들>
<사진 1_6 어느 여름날 : 인천 미추홀구 구도심 골목길>


마지막으로 좋은 사진을 위한 조건은 독창성과 창의성입니다. 사진가는 표현하려는 주제를 나타낼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방법을 찾아내고 시도해야 합니다. 미적으로 뛰어나고 의미가 있는 사진으로 사진가가 말하려는 것을 전달해야 합니다. 보편성과 대중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들에 이끌리지 않아야 합니다. 사진가 자신의 창의성과 주제를 해석하는 당위성이 있어야 합니다. 세세한 부분들까지 예리하게 분석하고 조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사진 속에 흥미로운, 흔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어야 합니다.


<사진 1_7 헤이리 야외 테이블(좌측)  /  간이식당 테이블(우측)>
<사진 1_8 인천 송도역 식당 창문>


좋은 사진을 만드는 좋은 사진가는 관계를 잘 이끌어 가는 사람입니다. 피사체와 상호 교감해서 올바른 느낌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피사체의 본질을 찾아서 표현해야 합니다. 주제가 사진가의 의도를 확실하게 나타내야 합니다.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피고 포착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진가는 열정과 인내심,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많은 사진가들의 사진을 보고 배우고 표현을 익혀야 합니다. 


끝으로 유명 사진작가들의 ‘좋은 사진’에 대한 정의를 간추려 보았습니다.


1. 로버트 카파 : 사진이 충분하지 않다면 충분히 가깝지 않은 것입니다. (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 )


2.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 처음 10,000장의 사진은 최악입니다. ( Your first 10,000 photographs are your worst. )


3. 세바스티앙 살가도 : 사진은 사진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따라 더 좋거나 덜 좋습니다. ( The picture is not made by the photographer, the picture is more good or less good in  function of the relationship that you have with the people you photograph. )


4. 브라 사이 : 저에게 사진은 주장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해야 합니다. ( To me, photography must suggest, not insist or explain. )


5. 돈 맥컬린 : 저를 위한 사진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낌입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사진을 볼 때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 Photography for me is not looking, it's a feeling. If you can't feel what you're looking at,  then you're never going to get others to feel anything when they look at your pictures. )


6. 신디 셔먼 : 요즘에는 디지털 인쇄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만, 항상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때로는 실수가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 Noeadays, with digital printing, it's easy to make everything perfect, which is not always a good idea. Sometimes the mistakes are really what make a piece. )


7. 안셀 아담스 : 모든 사진에는 항상 두 사람, 즉 사진가와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 There are always two people in every picture : the photographer and the viewer. )


8. 애니 라이프 보 비츠 : 내 사진에서 보는 것은 내가 이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A thing that you see in my pictures is that I was not afraid to fall in love with these people. )


9. 엘렌 폰 언 워스 : 저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좋은 각도를 알기 전에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 I like to photograph anyone before they know what their best angles are. )


10. 리처드 아베돈 : 모든 사진은 정확합니다. 그들 중 누구도 진실이 아닙니다. ( All photographs are accurate. None of them is. )


11. 어빙 펜 : 좋은 사진은 사실을 전달하고, 마음을 감동시키며, 보는 사람이 그것을 보고 변화되도록 하는 사진입니다. 한 마디로 효과적입니다. ( A good photograph is one that communicates a fact, touches the heart and leaves the  viewer a changed person for having seen it. It is, in a word, effective. )


12.  알프레드 아이젠 스타트 : 셔터를 클릭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클릭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It is more important to click with people than to click the shutter. )


13. 샐리 만 : 사진은 과거로의 문을 열어 주지만 미래를 볼 수도 있습니다. ( Photographs open doors into the past, but they also allow a look in to the future. )


14. 짐 리처드슨 : 더 나은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면 더 흥미로운 물건 앞에 서십시오. ( If you want to be a better photographer, stand in front of most interesting stuff. ) 


<사진 1_9 인천 동구 경인선 전철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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