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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May 23. 2021

스마트폰으로 만나는 세상-인천 북성동, 북성포구

사라져 가는 인천 유일의 갯벌 포구, 북성포구



지난 휴일에 만석동을 돌아보고 나니 바로 옆동네인 북성동이 궁금해졌습니다. 인천 북성동은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인천역 앞의 차이나타운, 그리고 맥아더 공원이라 불렸던 자유공원이 속해 있는 동네입니다.  배두나가 나왔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최민식과 장백지의 '파이란', 짜장면이 주제였던 영화 '북경반점'이 촬영된 곳이 인천 북성동입니다. 칠통마당으로 불리는 아트플랫폼이 있는 지역도 북성동으로 말하지만 여기는 다음에 둘러보려 합니다.


< 영화 포스터 ; 출처 구글링 >


오랜 시간을 인천 중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지내신 선배를 모시고 천천히 걸어 봅니다. 휴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도 아랑곳없이 신포국제시장과 차이나타운 거리에 가득합니다. 긴 코로나에 저조차도 지쳐서 불안감이 많이 희석된 상황입니다. 신포동과 개항장 거리를 거쳐 차이나타운 위쪽 길로 향합니다. 삼국지 벽화 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하얀 골목이 반깁니다. 저번에 오전에 촬영했던 생각이 나 비교할 겸  한 장 찍어 봅니다. 역광과 순광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 시간 변화에 따른 빛의 변화와 피사체 느낌 차이 예제 >


좁은 골목을 구불구불 올라보니 북적이는 거리 뒤편으로 사람들이 떠난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는데도 '사진을 왜 찍는 거냐?'면서 항의를 하는 주민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번거롭게 하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민 결과인가 봅니다.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옮깁니다. 재개발과 재개발 반대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시끄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자유공원 둘레길을 걸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지는 집이 보입니다. 화각의 제한과 주변의 산만함으로 여백을 두지 못해서 아쉬운 사진이 됐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봄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담장 위 빨래들도 보입니다. 따사로운 봄볕과 함께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들입니다.



조금 느슨했던 발걸음을 빨리해서 원래 가고자 했던 북성포구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북성동이 만석동과 인접해 있어서인지 아니면 북성동, 송월동 등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에서 나온 것인지 '만북동'이라고 이름 지은 골목이 보입니다. 부분마다 색색으로 칠해진 골목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노출을 갈색 대문에 주고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서 노출 조절을 합니다. 길을 돌아 나오니 집 앞에서 볕을 쬐고 계신 어르신도 보입니다. 



'이제 아주 좁은 길로 가볼까?' 선배가 말을 하고 앞장을 섭니다. 언덕에 있는 빌라 주차장 뒤쪽으로 가더니 좁은 계단을 돌아 내려갑니다. 정말 여기 사는 사람 아니고는 전혀 알 수 없는 길입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좁은 골목에 가득 찬 현관문들이 보입니다. 옆집에서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은 좁은 공간입니다. 이런 언덕을 깎아서 2층(?)으로 집을 얼기설기 지었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대낮인데도 캄캄하고 습한 골목을 돌아 나옵니다.



선배가 지난 추억들을 꺼내 놓으시며 각각의 집들에 대해 설명하십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골목 구성원들의 이름과 삶까지도 전부 꿰고 계시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촬영지였던 집을 설명하시는데 느낌이 일본 여행에서 만났던 어느 거리 같은 느낌입니다. '여기가 이제 남아있는 진짜 굴막이야' 만석동 골목길을 돌았을 때 이야기했었던 '굴막'을 보여 주십니다. 관리가 되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이런 곳에서 어떻게 밤새워 굴을 깠을까 싶을 정도로 처참한 장소입니다. 배에서 바로 내린 굴을 가까이서 작업하려고 최대한 포구 가까이 판자로 비바람만 막은 곳입니다. 


<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촬영지 였던 골목과 집들 >
< 폐허가 되어버린 '굴막'과 새롭게 지어진 '굴 공동 작업장' >


굴막 바로 옆으로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이 보입니다. 한 때는 번성했던 포구가 간판마저 색이 바래 입구인지 알기 힘들 정도입니다. 철망으로 이뤄진 담벼락에는 포구에 있는 무허가 횟집들에 물을 공급하는 관들이 보입니다. 그로테스크한 관들이 우리네 삶을 지탱하는 핏줄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합니다. 좁은 골목 끝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횟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오수와 악취로 인해 갯벌을 메꾸는 작업이 한창이라 바다를 바라보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낭만은 사라진 곳이 되어 그냥 지나칩니다. 



즐비한 횟집들을 돌아 나오니 한창 갯벌을 메꾸고 있습니다. 그냥 둬도 될듯한데라고 생각하다가, 메꿔서 공원 및 위락시설을 조성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악취도 사라지고 깔끔해지면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되겠다 싶기도 하고요. 


< 무허가 횟집 골목과 메꾸는 작업중인 갯벌, 영업이 끝난 어물전 좌판들 >


인천 동구 만석동과 만석부두를 이야기할 때 같이 말하는 곳이 바로 북성포구입니다. 북성포구는 일제 강점기인 1929년부터 일제가 수산물 유통을 위해 어촌이었던 북성동 해안 일대를 매립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일제는 매립된 곳에 대규모 수산물 공판장과 어시장, 어업용 제빙공장을 만들었습니다. 1974년 도크건설로 여객선과 어시장이 연안부두로 옮겨 가면서 포구로서의 기능이 약화되었습니다. 하지만 4월부터 매일 11시경에 열리는 '선상 파시(어선들이 잡아 온 고기를 어선에서 바로 판매하는 것)'가 유명하고 인천 유일의 갯벌 포구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북성포구의 일몰은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해가 지는 곳에 항상 연기를 내뿜고 있는 대성목재 공장과 굴뚝은 좋은 그림을 만들어 줍니다. 맞은편 MDF 공장에 가득한 통나무들도 좋은 그림이 되고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삼각대에 세우고 일몰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일상적인 앵글과 어떻게 촬영할까 고민한 앵글, 두 장을 촬영합니다. 나이트 모드를 끄고 촬영했더니 저조도로 인해 상반칙불궤 현상이 생깁니다.


< 흐린 날 촬영한 북성포구 MDF 공장 >
< 북성포구 일몰 >
< 어구를 전경으로 처리한 북성포구 일몰 >


담배를 무시며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시는 선배를 잠시 뒤로 하고 주위를 돌아봅니다. 일찍 영업이 끝난 어물전의 어둠 속에서 붉어진 하늘이 보입니다. 해가 넘어가는 제 등 뒤로 대한제분의 분홍빛 굴뚝들도 운치를 더합니다.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 어물전 쪽문으로 바라본 하늘 >
< 대한제분 공장 굴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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