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 작가 May 24. 2021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스마트폰 사진 디자인_1

사소한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기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참 이상하게도 저는 버릇 비슷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버릇이라면 버릇이고 안 좋은 습관이라면 습관입니다. 혼자서 촬영을 하러 나가면 괜찮은데 여러 사람과 소위 '출사'라는 것을 하면 사진을 거의 찍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낯을 가리거나 친화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같이 모여서 유명한 곳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빈 손으로 돌아옵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가 촬영하는 그곳에서 비슷한 앵글을 찍고 싶지 않다는 못된 똥고집(?)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공동 출사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버릇입니다. 혹여 유명하다는 출사지를 가더라도 장비를 메고 혼자서 끙끙 거리며 갑니다. 촬영을 하면서 잡생각이 많아서인지, 집중력이 남보다 못해서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을 다르게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매일 스쳐 지나가는 사소하고 별 의미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끌어내려 합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봅니다.



그래서인지 제 사진의 대부분은 일로써 간 촬영 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찍은 것이든지, 아니면 산책이나 출근길에 찍은  사진들이 70%를 차지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촬영을 하러 가게 되면 너무나 행복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몇 번의 글에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을 작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진 소재와 디자인 요소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굳이 시간을 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사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강박이 되고,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가 되면 매너리즘에 빠진 사진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사진은 구성요소인 빛과 색, 조화와 원근법 등을 한 장의 사진 안에 어떻게 안정감 있게 배치하는가 하는 '구도'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구도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성요소나 구도, 사진 디자인이라 하는 말들이 일견 어렵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학원을 비롯 주입식 교육의 우수함(?)으로 이미 디자인에 관한 기본이 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서서히 일깨우기만 하면 됩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을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미술시간에 많이 들어 알고 있는 구도와 대비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됩니다. 구도는 수직선 구도, 수평선 구도, 소실점 구도, 대각선 구도, 삼각형 구도, 원형 구도 등등 다양하지만 한 장의 사진에서는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대비는 가장 기본적인 명암대비부터 색상대비, 크기대비 등등 비교될 수 있는 것이면 가능합니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나서서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사진은 고독한 작업이라는 편견에 차를 두고 오늘도 무작정 걸어 볼 생각입니다. 굳이 사진적 소재가 다양한 곳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며칠 전 촬영했던 북성동 가까이 가서 내립니다. 정류장을 떠나기 전 바라보니 누군가 빨래를 널어놓았습니다. 높은 빨랫줄에 걸려 이리저리 나부끼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합니다. 버스 정류장 기둥을 전경으로 이용해서 앵글에 가득 차도록 당겨 보았습니다.



해가 비치는 밝은 부분과 기둥의 어두운 부분이 명암대비를 만들어 줍니다. 건물과 하늘, 기둥을 비율에 맞게 배치합니다. 옆으로 조금 눈을 돌리니 커피숍과 좁은 골목이 보입니다. 넓게 잡아도 무난할 듯 하지만 아랫부분에 그림자를 배치해서 안정감을 주고 프레임 가득 차도록 촬영합니다. 별다른 풍경이거나 강조할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합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Take You Dancing'을 흥얼거리며 다시 걷습니다. 빛도 강렬하고 미세먼지도 별로 없는 너무 좋은 날입니다. 병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입니다 별다른 특징이 없어서 건물 뒤로 돌아가 봅니다. 강렬한 햇살에 하얗게 바랜 주차장이 보입니다. 기본적인 디자인 요소를 촬영해 보려고 스마트폰을 들이댑니다. 전체를 포기하고 색의 대비를 생각해서 과감하게 부분을 선택합니다. 스마트폰 렌즈 특성인 광각의 왜곡을 줄이려고 까치발로 최대한 높여서 촬영합니다.



30분이 지나기 전 다시 버스에 올라 환승의 희열을 느낍니다. 동인천을 지나 저번에 선배랑 걸었던 배다리 근처에서 내립니다. 저번에 가보지 못했던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골목을 더 깊이 올라가 보니 빌라들이 즐비합니다. 누가 내놓았는지 화분 두 개가 지나는 객을 반깁니다. 별거 없는 일상의 풍경이지만 한낮의 나른함과 고요함을 표현하고 싶어 집니다. 좁은 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최대한 왜곡을 제어합니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나름 따스하게 보입니다.



굽어진 좁은 골목을 돌아서니 강렬한 붉은색 건물이 보입니다. 마침 그 건물 담벼락 끝부분에 색상대비를 생각하고 칠한 듯 한 파란 대문이 보입니다. 오르막에 길게 늘어진 골목이라 어떻게 구도를 잡을까 잠시 고민합니다. 붉은색 벽 쪽으로 조금 붙어서 프레임을 완성합니다. 사진을 찍고 보니 대문 옆에 있는 푯말에 '개똥을 자꾸 여기 버리면 죽여 버리겠다'는 살인 협박 문구가 보입니다. 집에 있는 말티즈 두 마리가 문득 생각납니다.



안쪽으로 골목을 더 들어가니 오래된 한옥이 있습니다. 대문에 '외부인 출입금지'가 붙어있는 걸로 봐서 빈집인 듯합니다. 오래된 집의 대문이나 벽은 좋은 소재가 됩니다. 별다른 것은 없지만 빨갛게 칠해진 대문과 붉은 담벼락, 그리고 황토색의 쪽문이 유사색을 이루고 있습니다. 질감과 색이 느껴지도록 프레임에 가득 채웁니다. 밋밋할 수 있는 사진을 빛과 그림자가 보충합니다.



그 옆의 노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유치원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진 디자인적 요소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좁은 골목과 주차된 차들로 인해 화각에 제한을 받습니다. 맞은편 담벼락에 등을 최대한 붙이고 주차된 차 위로 촬영을 합니다. 건물의 사소한 장식(?)이지만 햇살을 받아 노란색의 강렬함이 더 빛을 발합니다. 그림자 부분에 있는 흰색 창틀이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합니다.


 

목줄을 보니 길냥이는 아닌듯한데 냥이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몸을 비빕니다. 혹시 집사로 간택될까 봐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납니다. 한 번 내밀었던 손길에 배를 보이고 항의를 합니다. 모른 척 재빠르게 골목을 나옵니다. 끝까지 따라오는 냥이를 따돌리려고 걸음이 빨라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마트폰으로 만나는 세상-인천 북성동, 북성포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