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Is Best, 미니멀리즘의 사진적 접근

by 채 수창


요 며칠, 여기저기에서 많은 이미지들을 접하면서 문득, 다시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Simple Is Best', 미니멀리즘에 관한 이야기죠. 미니멀리즘은 '적은 것이 더 많다(Less is More)'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1960년대 미술계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불필요한 장식과 요소를 제거하고 작품의 핵심만을 남기는 것을 추구합니다.

온 세상 가득 눈이 내린 어느 겨울 이었습니다. 온 세상을 뒤덮은 눈 속에서 저는 오롯이 서 있는 나무 밑둥을 담았습니다. 제 감정을 건드린 것은 무릎까지 가득 쌓인 눈도 아니고, 추위에 떠는 나무도 아니고, 바람에 살을 에는 전봇대도 아니었습니다. 강력한 '찌름'은, 어딘지 왜소한 듯 보이는 작은 나무의 밑둥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단순함 속에서 뭔지모를 감정이 올라 왔기 때문이죠.

요즘 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이미지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SNS만 열어봐도 끝없이 스크롤되는 사진들, 그런 시각적 혼란 속에서 미니멀리즘은 마치 숨 돌릴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제가 수업에서 항상 말씀 드리는 것이, '사진의 힘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메시지의 명확성에서 온다'는 점입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관람자의 시선을 정확하게 이끌어 가고, 깊은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단순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미니멀리즘입니다.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종 미니멀리즘을 단순히 '단순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걸을 때마다 느끼는 건, 미니멀리즘이란 사실 일종의 용기라는 겁니다. 불필요한 모든 것을 과감하게 걷어낼 수 있는 용기 말이죠.

종종 동양의 '여백'과 미니멀리즘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백과 미니멀리즘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동양의 여백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철학이라면, 서양의 미니멀리즘은 '필요한 것만 말하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진 속 미니멀리즘은 더 직접적입니다. "이것을 보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느껴보라"고 속삭이는 거죠. 제가 강의에 자주 인용하는 미니멀 사진작가 중 한 명인 히로시 스기모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진은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것을 포착해야 한다." 스키모토의 바다 시리즈를 보면 단순한 수평선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미니멀리즘은 심플함 그 자체가 아니라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미니멀한 사진과 기하학적 사진들을 계속 작업해 오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 미니멀리즘 사진이 단순히 '적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만을 남기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훌륭한 사진가는 복잡한 현실에서 본질을 추출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사진의 근본적인 목적인 '보는 법을 가르치는' 방식입니다.


복잡한 구성의 유혹에서 벗어나, 사진의 본질에 충실할 때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방법이 아닌, 깊은 고민과 정제를 통해 도달하는 경지입니다. 마치 시인이 몇 개의 단어만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사진가도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가장 강력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 카메라를 들고 나가실 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이 프레임에서 하나의 요소만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힘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보았다고 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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