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자체가 우연이듯, 우리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by 채 수창

문득 어제 길을 걷다가 마주친 장면이 떠오릅니다. 빗물이 고인 아스팔트의 반사된 네온사인의 빛이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과 만나서 만들어낸 그 순간에 기하학적 패턴 말입니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완벽 했던 구성. 이것이 바로 우연성이 선사하는 미학 이미지가 아닐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미학을 완성과 조화의 관점에서 바라 봤습니다. 황금 비율로 구성된 프레임, 계산 된 조명, 예측 가능한 결과물, 하지만 정말로 마음을 뛰게 하는 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그것들은 대부분 예기치 않은 틈새에서 피어나는 것들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완벽하게 세팅을 해도, 결국 셔터를 누르는 그 짧은 순간에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그림자, 프레임 모서리로 스며드는 우연한 빛, 이런 것들이 오히려 사진에 예측할 수 없는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것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우연입니다. 수많은 선택의 갈래, 시간의 교차점, 관심사의 일치 등 만약 어느 하나라도 다르게 흘러 갔다면 이 만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니까요. 삶의 서사는 이런 식으로 쓰여 집니다. 거대한 플롯이 아니라 작은 점들의 연결로 말이죠.


롤랑 바르트가 말한 푼크툼을 다시 생각해 보시죠. 사진속에서 의도치 않게 우리의 마음을 찌르는 그 디테일들, 그것이 강력한 이유는 바로 우연성 때문입니다. 내가 계획 하지 않았기에 더욱 진실하고 날것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결국 우연성의 미학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진가로서 우리가 세상과 맺는 관계의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세상이 선사하는 예기치 못한 선물들에 마음을 열어 두는 것입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전달 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나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완벽하지 않은 것들과 화해하는 삶의 태도 입니다.


오늘 마주칠 모든 우연들이 새로운 창작에 씨앗이 되기를, 그리고 그 씨앗들이 여러분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화사한 하루 되시길, 비 개인 이른 아침에.

https://youtu.be/eS3uVUbx3Vc?si=e4p5oNeLJuNQm2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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