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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Aug 17. 2021

카페 플라워, 문래동, 소나기, 그리고 오징어볶음.

어젯밤 10시쯤 갑자기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둥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한바탕 쏟아지려나 했더니 시원스레 소나기가 내리더군요. '왜 빛이 번쩍 한 다음에 소리는 나중에 들리느냐?'라는 초등학생의 물음에, 소리는 1초에 340m를 가니 어쩌고저쩌고 설명하고 있는데, 잠시 피하고 올 것이지 그 소나기를 다 맞으면서 학원에서 아들이 돌아왔습니다. 습한 기운에 자정까지 에어컨을 틀다가 끄고 창문을 여니 계절의 변화가 한껏 느껴집니다. 새벽 두 시쯤 문이란 문을 다 열고 자리에 누웠다가 은근히 서늘한 바람에 창문을 반쯤 닫았습니다. 여름이 가는 걸 아쉬워하지만 이미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잠시만 자고 일어나야지 하며 억지로 잠을 청합니다.


< 문래동 창작촌 >

5시쯤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으니 진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납니다. 낮에 선배와 들렀던 'Flower'라는 작은 카페의 분위기가 생각나서 커피를 들고 와서 익숙한 'Chet Baker'를 방안에 깔아 놓습니다. 주말 동안 다 하지 못했던 일들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게 하고 자꾸만 책상 앞으로 이끕니다. 한 가지만 정리하면 막혔던 것들이 제자리를 잡고 나아갈 듯한데 참 지지부진합니다.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봅니다.


< 카페, 플라워 >

해야 할 일들과 이미 마무리된 것들을 나누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창밖이 환하게 밝아 오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지끈거리던 머리를 진통제로 진정시켜 볼까 하고 물과 함께 넘깁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아침에 뭘 먹어야 하지?'라고 고민하다가 어제 재래시장에서 사 온 생물 오징어가 생각납니다. 콩나물국을 끓여서 차갑게 식히고 매콤한 오징어볶음으로 합을 맞추면 되겠다 싶어 아침 준비를 합니다. 연휴가 지나고 또다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더위가 꺾였으니 이제 살만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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