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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Oct 11. 2017

이상 아닌 최충일 <날개>

박제가 되어버린 '장애인'을 아시오

검정색은 평범하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는 것.
여기에 나도 예외 되지 않았다.

나만의 영역에 침범을 막기 위해 애썼다.
동생처럼 나만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열심히 할 때도, 게을리 할 때도, 그것은 늘 부족하다는 결과로 돌아왔다. 그것이 나를 주눅 들게 했다.


태어날 때 부터 장애인 범주에 들어왔다. 통합교육을 받았지만 누구나 거치는 일상적인 것들에서 수식어를 뗀 "최충일"은 없었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나를 찾느라 고민했고, 나를 바꾸고 싶었다.


수많은 기사들이 온라인을 떠다니고, 거기에 나와 같은 사람, 나 보다 멋진 사람이 널려있는데 그곳에 내가 더 돋보이고 싶었다.  자신과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으로 써가며 채우는 것이 즐겁다. 독서는 싫어해도 관심분야는 무엇인지 명확했다.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최근에야 "당당하게"와 "스스로"란 단어를 수도 없이 힘주어 말하고 있었다. 그곳에 발을 담그면 내 미래가 보일 것 같다.


"아빠가 제일 멋져" 라고 말하는 아들의 말에 행복도 잠시였다.

제일 멋지기 위한 삶은 없었고, 부서지고 깨졌을때 남는 조각들을 붙여보니 현실이 되었다. 그것을 다시 붙이다 보니 어느 곳은 강해졌고, 어느 곳은 더 약해졌다.


장애인 관련 뉴스를 스크랩하며 투영되는 또 다른 나의 모습과 차별 앞에서, 10대의 기억이 40을 바라보는 나에게 여전히 깊게 박힌 말뚝위에 설치된 거울로, 그렇게 현재의 나를 비춘다. 장애인 탈시설을 말하는 전문가들 앞에서 스크랩된 나만의 뉴스를 설명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그 동안 무수히 봐왔던 정형화된 모델 중 하나로 봐왔던 책속에, 통계치 숫자속에 하나가 나로 보는 것 만 같다.


검정색은 평범하다. 그래서 세계는 파랗다.


답하는 나보다 묻는 이들의 말이 더 길어진다. 긴 물음에 나는 "네"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고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대화는 자꾸 미끄러진다. 핑퐁게임을 하는 데 한 두번 밖에 치지 못하고, 자꾸 헛스윙하는 꼴 이다. 그것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해달라는 요청에 한숨이 나온다.

"슬픈 얘기 해야 하나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꼼꼼히 읽어봤다. XXX~에 따라 지원되는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말은 거창하다. '생각한다' 는 것 출구는 같은 데 표현이 다르다. 거기에서 부터 발달장애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위 '경증들의 모임'을 갔었다. 짜여진 각본에 비판을 하고, 잘났다고 으시대는 사람들이 많은 곳. 그들의 언어를 읽어내고, 이해하는 데는 너무나 쉬웠지만, 그 의도는 각기 달랐다. 그래서 어려웠다. 그 때부터 온 세상이 새카맣게 보였다.


하늘 빼고. 파랗다. 하늘은...


내가 50대가 되면 무엇이 달라졌냐가 아니라 누가 달라졌냐에 따라 내가 거기에 붙고, 또 누군가 여기에 붙겠지. 그것이 사는 방법이었다. 파란 하늘아래는 그렇다.


이름 최충일.

집에서는 "아빠, 남편,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사회복지사 또는 "최 선생님",
무대위에선 "엄지왕자",
친구들은 "쪼까니"(키가 작아서)라 부른다.

그리고 지체2급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호칭과 별명을 갖는다.

그러나 "장애인"은 내게
호칭도 별명도 될수 없는 단어다.

어릴때 동네 꼬마들이 놀릴때 빼고는...
평소 사람들이 "장애인 안녕?"
이라고 한적은 없었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나의 삶가운데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불려지는
어색한 "middle name"이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남편,래퍼,직장인,아들로써...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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