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왕자 aka C FLOW Apr 08. 2018

나는 미담사례 주인공을 거부한다

내가 랩을 하는 이유

"도움" "배려" 라는 말을 싫어한다. 어쩌면 내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일 것이다.

노약자분들이 깜빡이는 신호등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부축받는 모습을 보며 감사보다 저 신호등의 신호는 왜 이렇게 짧아서 다 건널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가.

시각장애인분들이 길을 헤맬 때 누군가의 도움받는 것을 보며 점자블록, 볼라드, 음향신호기는 왜 번화가에만 있으며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나.

발달장애인분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슨 햄버거를 먹어야할지 몰라하는 모습을 보며, 왜 이곳의 메뉴판은 햄버거 이름뒤에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간혹 내가 계단 앞에서 누군가에게 업혀야만 할때 도와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보다 왜 이곳에는 리프트마저 없어 나를 아무것도 할수 없게, 무기력하게 만드는가를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도움과 배려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배려와 도움에 무조건 감사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갈등한다. 나를 향한 배려와 도움이 나의 권리를 뺏는것 만 같아서다.

타인의 선의에 기대야만 하는 불합리한 조건들을 지적하지 않는 이상. 나를 둘러싼 사건들이 영원히 미담사례, 훈훈한 이야기의 조연으로만 보여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랩을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랩을 잘해서라기 보다...사람들 앞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경험케 해주기 때문에, 언제까지 미담 속 훈훈함의 조연으로만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강자의 언어는 품격있고, 약자의 언어는 거칠다고 한다. 요즘들어 자꾸 거칠어진다. 나의 거친 언어 속에서 장애의 한계를 깨닫는 과정은 언제나 우울하다.


이름 최충일.

집에서는 "아빠, 남편,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사회복지사 또는 "최 선생님",
무대위에선 "엄지왕자",
친구들은 "쪼까니"(키가 작아서)라 부른다.

그리고 지체2급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호칭과 별명을 갖는다.

그러나 "장애인"은 내게
호칭도 별명도 될수 없는 단어다.

어릴때 동네 꼬마들이 놀릴때 빼고는...
평소 사람들이 "장애인 안녕?"
이라고 한적은 없었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나의 삶가운데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불려지는
어색한 "middle name"이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남편,래퍼,직장인,아들로써...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계속 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Risk와 Dang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