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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Nov 16. 2019

보통의 삶

랩을 좋아하는데 랩을 하기 싫어질 때

지하철을 탈 때 흰 지팡이를 사용하지만 승차 중에 읽을 책을 꺼내는 사람, 휠체어를 타고 도서관에 들어가지만 높은 선반에 있는 책을 짚으려고 일어서려는 사람. 나는 그들을 보며 놀랍지 않지만 사람들은 놀라워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휠체어를 타고 랩을 하는 모습을 보던 몇몇은 본인이 소속된 단체나 기관에 와서 강연해 주기를 원한다.

장애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포장하기도 않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감동과 은혜를 요구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내가 랩을 하는 것이 연기에 가까운 재능으로 보일 지라도 그것을 숨기고 Holy 한 척한다. 그것은 때때로 내게 물질적 이익을 주거나 자존감을 높여주지만 마음 한 구석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영화 '아이 엠 샘'에서 그것을 더 많이 발견한다. 많은 이들은 이 영화가 지적장애를 정확히 표현했다고 극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뒤틀어진 표현과 연출이고 과장된 몸짓으로 심금을 울리는 신파극이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울고, 웃고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유익한 시간이라 할지라도 현실에서 지적장애인은 굶주리고 비장애인과 소통이 어려워 무엇을 원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존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보다 긴급한 무언가를 위해 떠돌아다니는 존재. 그러나 관객들은 주인공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만큼 깊이 있는 연기와 표현을 했다며 극찬한다.

미디어는 관객들에게 장애를 받아들이도록 자극한다. 어쨌든 장애를 비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며 현실을 덮어버린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 장애 운동가들은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수천 가지의 방법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리고 그것을 지적하기 좋아한다. 중요한 것은 극소수의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모습을 비장애인이 표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애쓴다.

나는 여전히 랩 가사 속 Fuck, Shit, God damn을 외치지만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왜냐하면 '아이 앰 셈'에서의 자극과 공감이 없기 때문이다.

래퍼 도끼나 창모가 그렇게 랩을 하면 환호를 지르지만 휠체어를 탄 내가 그렇게 랩을 하면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난 궁서체 20포인트 이상으로 가사를 쓰고 욕보다 잘게 표현한 한글로 삶을 순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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