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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Feb 24. 2016

장애인 아빠 vs 지성이 아빠

평가하는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


육아 전쟁


아침마다 전쟁이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 집 아침 시간이란,

출근 준비와 더불어 어린이집 등교를 위해

억지로 아이를 깨워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이동하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활동인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둔 부부에게 있어

육아활동은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그렇게 동등한 책임성인 동시에

가족의 성장을 위한 일상의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활보..


얼마 전 와이프가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심사에서 탈락하였다.


사실,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팔, 다리를 꼬아가며..

심한 연기(?)를 하면서라도

서비스를 받고자

매달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와이프 장애는 상대적으로 나보다

심하지 않지만, 뇌병변 3급

'중증장애인'이다.


와이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티가 잘 나지 않지만...


오른쪽 어깨부터 다리까지

움직일 수 없어 걸을 때마다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손가락은 전혀 움직이지 못해

섬세함을 요구하는 일들.. 가령


걸레를 빤다거나

다림질을 한다거나..

아들 기저귀를 갈거나

아들을 씻길 때마다 버거워한다.

한 손만으로 아들과 놀아주기에 너무 커버린 미운 4살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나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더 주님께 감사했다.


걸을 수 없는 내겐 섬세한 두 팔을

주셔서 서로를 더 의지할 수 있다는

강점과 은혜를 바라볼 수 있었기에..


하지만 아들이 커갈수록..

실내놀이터...나에게는 쉼터

그리고

내가 야근을 하거나 간혹 연수를 갈 때면


힘듦을 넘어서 위험한 상황을

최근 들어 경험하다 보니..


활동보조제도를 이용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와이프와 합의하에..

1차 서류접수를 거쳐

2차 공단 직원의 가정방문 심사 중


공단 직원이 와이프에게

혼자 밥을 해 먹을 수 있는지,

출퇴근은 혼자 가능한지..


그 순간 장애등급제가

얼마나 쓰레기 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와이프는 그것들이 가능한데

"중증장애인"이란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아들 돌봄의 문제를

활동보조 대상자의 일상생활 지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들이 주체가 되는 행위라고

말하는 공단의 태도와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여성장애인 육아지원 서비스

홈헬퍼를 이용하란다..


그건 나도 안다.

그러나 와이프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동 종결됐었다.


멍청한 공무원...


어찌 됐건 심사가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 한다..

근데 그 말도 이상하다.

청탁하는 것도 개인적인 부탁도 아닌데 말이다.

아빠 휠체어를 또 다른 '다리'로써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사람을 위한 평가, 제도를 위한 평가,

그 사이 속 외로운 메아리


"장애인 아빠"가 아닌

"지성이 아빠"로 살아가기 위해..


사회와 지극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불편함과 불합리,

크고 작은 편견 앞에서 큰 저항 없이

쿨한 척 살아온 내게

세상 앞에 울부짖고 어디라도

나가 1인 시위를 하고 싶을 만큼

격한 분노가 가슴을 저민다..


멀찌기 구경만 했던

나와 '다른 장애인' 들로만 여겼던 이들의

삭발하고 시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제 내 차례인가 싶다.


중요한 건 내 주변에 복지 전문가는 없다.

그냥 여기저기 죄다 "사회복지사"다..


결국 내가 이 모든 상황을 수용하거나 저항하거나

두 손 모아 무릎을 쉽게 굽혀 부르짖기엔

딸린 식구와 자존심 그리고

어설픈 분노 게이지만 채운다.


보잘것없는 나로 평가하는 세상.


그래도 불평보다 소망을 본다.


장애가 결코 걸림돌이 아닌

거름이 되어 이 세상 속에 이 피는 날!


그리고 내 아들이 그 꽃을 아름답다 말하며,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날!


"장애인 아빠"가 아닌 "지성이 아빠"로서의

나를 보여 주겠다는 가능성의 소망 ~!


삶을 공유하는 방법은 "소통"이 있는 진솔함이다.

삶의 가치와 스토리를 온몸으로 펼치자!


세상이 우리를 끌어안을 수 있게

더 뜨겁게 펼치자!


이름 최충일.

집에서는 "아빠, 남편, 아들"이고
직장에서는 "선생님",
무대 위에선 "엄지왕자",
친구들은 "쪼까니"(키가 작아서)라 부른다.

그리고 지체 2급 장애인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양한
호칭과 별명을 갖는다.

그러나 "장애인"은 내게
호칭도 별명도 될 수 없는 단어다.

어릴 때 동네 꼬마들이 놀릴 때 빼고는...
평소 사람들이 "장애인 안녕?"이라고 한 적은 없었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나의 삶 가운데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불려지는
어색한 "middle name"이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
대학생활 힙합에 빠졌고 지금도 사랑한다.
직장이 있고 결혼하여 아빠가 되었다.

삶의 행복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싶다.

장애인이 아닌 아빠, 남편, 래퍼, 직장인, 아들로서...
삶의 다양성과 일상을 타이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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