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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왕자 aka C FLOW Jun 13. 2020

제가 지성이 아빠예요

병원에서 장애인도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최지성 아기 보호자 누구세요?"


내가 아빤데.. 지성이 옆에 있어도 간호사들은 나를 보며 보호자를 찾았다.

나처럼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왜소한 보호자는 흔치 않을 것이다. 간호사들의 시선. 나의 장애가 주는 낯섦 보다 보호자로서 신뢰하지 않는 눈빛과 태도에 속상했다.

한 평생, 병원을 환자로만 다니다 결혼 후 보호자로 다니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많다.

아내가 임신하면서 함께 다니던 여성병원. 어느 날은 간호사가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커다란 가방을 주며 '어느 산모께서 아기용품이라며 주셨어요.' 라며 내게 주셨고 편지와 육아서적, 젖병 등이 들어있었다.

난 그분의 글에서 부모로서의 마음과 동시에 장애가 있음에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마지막 문장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고마움은 같은 부모로서 응원해 주셨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고 미안함을 느낀 이유는 나의 장애가 있는 아빠를 본 그분의 마음에 슬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아가며 이제 난, 병원을 환자와 보호자의 역할 모두 주어졌다. 그것은 나도 누군가를 책임져야 할 부모이자 남편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언제든지 아파 쓰러질 수 있는 환자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병원은 여전히 나를 환자로 본다. 그 사회적 인식이 나를 여전히 환자 프레임으로 가두지만 현실은 보호자로서의 책임감을 더 느낀다. 나의 역할은 바꿀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이지만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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