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시험 합격한 날
다리가 짧다.
액셀과 브레이크는 다리가 아닌 오른손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핸들은 왼손으로만 해야한다.
필기 합격, 기능 합격.
마지막 남은 도로주행.
기능을 100점으로 합격해서 자만하다 교통신호 위반으로 실격.
두 번째 도로주행. 기흥역 사거리 주변을 돌고 돌아 시험장에 도착. 옆에 앉은 감독관이 "합격입니다"라는 말에 울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살다 보면 필요해서 하는 운전면허 자격증. 나에게는 외면하고 싶지만 그럴수록 조여 오는 압박이 강했다. 서울에서는 자동차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경기도로 이사오니 휠체어로 다니기 어려운 곳이 많다.
결혼을 하고 아들이 곧 초등학생이 되었다. 자동차는 필수라는 것을 뒤늦게 깨들은 철부지 38세 유부남이 운전대를 잡으려 하니 그 무게감이 누른다.
난 여전히 자유롭고 싶지만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기에 뒤늦게 결정한 운전면허 도전기.
장애인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삶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 아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휠체어가 아닌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서 당당함을 누리는 것. 그 소소한 것들이 나의 행복임을 깨닫고 이제야 면허증을 취득했다.
다리가 짧아서, 키가 작아서 라는 핑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지만 덩치 큰 자동차를 발바닥이 아닌 손가락으로 밀면서 움직이는 것이 두렵고 두려웠다.
혼자가 아닌 가장으로서 한 가장의 아빠, 남편으로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도전. 한 고개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