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등장, 그리고 권력이 부패해가는 모습
처음에는 '동물농장'이라는 소설이 그저 농장에서 벌어지는 동물들의 아름답고 웃긴 동화인 줄 알고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서 빼곤 했는데, 속는 셈 치고 이 책을 읽은 후 충격에 한참 동안 빠졌다. '이런 소설이었나..?' '그저 어느 동물 농장에서 벌어지는 동물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엄청난 메시지가 있을 줄이야..'
아마 어린 학생들이라면 예전 냉전시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나라 소련(소비에트 연방, 지금의 러시아), 그리고 악명 높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과 그가 일으킨 대숙청(예조프시나),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중 독소전쟁(나치 독일 vs 소련)의 흐름을 모른다면 이 소설의 내용과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소설 첫 부분에서 동물들은 늙은 수퇘지 메이저(마르크스)의 뜻을 따라 메이저 농장의 주인 존즈(제정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를 몰아내고 농장을 차지한다. 모두가 평등하고 억압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곧 수퇘지 스노볼(트로츠키)과 나폴레옹(스탈린) 사이 권력 쟁탈전이 벌어졌고 결국 나폴레옹이 농장의 리더가 된다.
나폴레옹은 농장의 동물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법과 질서를 공포한다. 그리고 개들(비밀경찰)을 대동하여 자신에게 반대하는 동물들을 감시하거나 심지어 처형하기 시작했다.
만약 19~20세기 초반 유럽과 러시아의 세계사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동물농장의 스토리는 마르크스 사상의 탄생과 볼셰비키 혁명, 소련의 탄생, 그리고 스탈린의 등장을 주요 모티브로 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무'라는 호칭, 동물들이 농장을 장악한 후 부른 '잉글랜드의 짐승'이라는 노래는 '인터내셔널 가(공산주의를 대표하는 노래)'를 상징하는 등 여러 요소들이 당시 공산주의 소련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고 나서 동물농장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로 동물 재판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소련의 대숙청, 이른바 예조프시나를 모티브로 한 장면이다. 스탈린이 소련의 권력을 장악한 뒤, 계획 경제 체제 이른바 공산주의 경제를 공고히 하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엄청난 숙청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 작업을 실행한 자가 바로 '니콜라이 예조프'였다. 이 예조프는 스탈린의 개답게 수많은 사람들을 숙청했지만, 결국 토사구팽이라고 했던가...자신도 숙청되고 만다.
소설에서는 동물 재판의 모습으로 이 사건을 풍자하고 있다. 온 농장이 피냄새로 진동하였다. 동물들은 이제 하나 둘 자신의 지도자 나폴레옹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권력자는 화려한 슬로건과 말발을 내세우면서 동물들을 세뇌시킨다. 그러고보니 책에서 짐수레를 끄는 말 '복서'라는 캐릭터가 유독 뇌리에 남는다. 복서는 힘들어지는 동물농장에서 오로지 열심히 일을 해야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보면 동물농장의 지배자 나폴레옹의 의도에 제대로 세뇌된 캐릭터다. 실제 역사에서는 어떨까? 이 '복서'가 당시 소련의 프롤레타리아, 즉 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은 역사상 최초로 성공했던 사회주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스탈린의 독재를 시작으로 사회주의 혁명은 인간의 인격과 자유를 탄압하는 상징으로 각인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타락한 사회주의자들을 비인간적인 동물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없애야 할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은 1943년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살인적인 전체주의는 곧 권력층의 부패를 초래해 언젠가는 멸망할 것이라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예언했다. 1945년에 이 소설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반세기 후 이들이 시도했던 평등한 이상 세계 건설의 결과는 소련이 해체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인간도 결국 권력의 속물인가.. 처음에는 혁명의 열정이 불타올라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나중에 이들은 오히려 권력의 마력에 사로잡혀 초심을 잃고 마는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