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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Dec 23. 2017

입을 옷이 없다고?

당신 정말 옷을 사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서 옷 좀 사러 가려고.”

계절이 바뀌거나 해가 바뀌면 지인들에게 매번 듣는 말이다. 매년 이 소리하는 것 보면, 분명 옷장에 옷이 가득 차 있어야 정상일 텐데, 그 많은 옷들은 다 어디 간 걸까?


이거 지금 나랑 어울리는 건가?  

대부분의 남자들은 옷을 살 때 쇼핑몰을 둘러보다가 쇼핑하는 순간 나의 눈에 들어오는 옷을 그냥 집어 오거나 종업원이 ‘이번 유행’이라고 말하는 옷을 덥석 집어 오곤 한다. 그리곤 그 옷에서 ‘새 옷의 뿌듯함’으로 인한 콩깍지가 사라질 때쯤, 우리는 옷장 앞에 서서 새로 산 아이템을 걸치고 거울을 보며 한참 고민하게 된다. 

물론 당연히, 이 고민의 종착역은 어제 입은 옷과 비슷한 옷이다. 


회사원 친구가 사겠다고 보여준 올드스쿨 바람막이. 놀랍게도 구글 검색 첫페이지 아이템이다. 매일 셔츠에 슬랙스만 있는 친구가 이런 아우터를 언제, 어디에 입겠는가?


문제점은 이거다, 쇼핑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옷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내 옷장 속에 있는 옷들과 이 옷이 과연 어울릴까?’보단 ‘이거맘에 드는데? 살까?’를 더 많이 고민하고, 이 고민의 끝에는 방금 내 마음에 들었던 아이템을 들고 있는 내가 서있을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내 옷장엔 '순간적인 만족'을 채워주던 옷만 가득하고 내가 매일 입을 수 있는 '평범한 옷'은 없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아이템은 어딜 가더라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눈에 안 띌 수밖에 없다. 모든 브랜드들은 그 시즌의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을 자랑하지, 평소에 우리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흰색 셔츠를 자랑 하진 않으니까. 결국 이런 '평범한' 아이템은 찾지 않으면 살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찾으려는 노력보단 내 옆에 서서 '잘 어울리세요 고객님!'하는 종업원의 추천이나 SNS에 떠있는 '요즘 취향 저격하는 남친룩 아이템'하면서 모델들이 입은 옷을 보고 짧은 고민 후에 구매한다, 귀찮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순간적인 만족'만 가득한 옷장은 결국 '입을 옷’의 부재로 이어진다.



오늘은 후드, 내일은 집업 후드, 내일모레는...?

 매장에 가서,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옷을 집고 계산한다. 하나의 고민이나 생각 없이 그냥 언제나 해 오듯. 그리고 그렇게 구매한 옷을 옷장에 걸면, 원래 있던 옷 마냥 너무 자연스럽게 걸려 있는다. 무엇이 문제냐고? '새 옷'이 '원래 옷'들 사이에 너무 ‘자연스럽게’ 있다는 것이 문제다.

특정 종교의 종교인이시라면 이런 옷장 인정합니다.

 색다른 옷, 혹은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의 부재는 언젠가 당신에게 '부족한'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옷 가득한 옷장은 그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무작정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해 쇼핑을 나선다면? 첫 번째 문제점의 훌륭한 예시가 될 것이다. 다양함의 부재는 내가 필요할 때 입을 옷은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 문제점의 본질은 첫 번째 문제점과 같다. 바로 남자의 쇼핑 스타일. 하나의 확고한 옷 스타일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선호하는 쇼핑 스타일(목표 직진 > 구매 > 귀가)에 굉장히 어울린다. 옷 하나 사려고 귀찮게 이것저것 재볼 필요가 없이 그냥 가서 익숙한 거 하나 집어 오면 끝나니까. 가격비교? 이 옷을 어디서 싸게 파는지 초록색 창에 검색하면 다 알려준다. 그럼 거기서 간단하게 '구매'버튼을 누르면 된다. 만약 당신이 이렇다면 꼭 기억해두자, 당신이 매일 다른 옷을 입는다 한들 남들 눈엔 그저 단벌 신사다.



그럼 살 옷이 없다.

'특별한 것도 사지 말아라, 원래 갖고 있는 것도 피해라. 뭘 사라는 거야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대답을 들었던 적도 많고. 혹은, 위와는 다른 문제를 지녔지만 그냥 답을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무엇이 되었던 답은 간단하다. '평소에 당신이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사면 된다. 면바지, 셔츠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 말이다. 물론, 모든 옷에 어울리는 '베이직 아이템'을 갖추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옷에 다 어울리는 옷이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다 어울리게 입으려면 아마 평생 쇼핑을 해야 할 거다. 당신이 사야할 기본적인 아이템은 '내가 갖고 있는 옷'에 어울리는 기본적인 옷이다.


'내가 갖고 있는 옷'에 어울리는 기본적인 아이템을 구비하려면, 일단 내가 뭘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당장 자기 옷장과 신발장을 열어보고 내가 뭘 갖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어떤 종류의 아우터가 있고, 어떤 계절용이며, 색은 어떤 색인지.

내가 갖고 있는 셔츠가 어떤 종류이며 그중 단색 셔츠는 총 몇 장인지. (사계절 다 입을 수 있는 것)

티셔츠는 긴팔, 반팔 각각 몇 장이고 그중 프린팅이 있는 것은 몇 장, 없는 것은 몇 장인지. (사계절 다 입을 수 있는 것)

계절 상의가 각각 몇 벌씩 있는지. (폴로셔츠(카라티), 니트, 맨투맨, 카디건 등등.)

계절에 맞게 입을 수 있는 바지는 몇 벌인 지. (반바지, 린넨 바지, 기모바지, 모직바지 등등)

다양한 바지를 구비하고 있는지. (바지의 종류가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는 것은 아닌지.)

양말은 어떤 양말들이 있는지. (한 종류의 양말만 너무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발은 어떤 종류의 신발을 갖고 있는지. (운동화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악세사리는 무엇이 있는지.(머플러, 스카프, 모자 뭐든지.)

모든 확인 사항은 '내 몸에 잘 맞는 옷'이라는 전제를 깔고 정리해야 한다. 안 맞으면 기부하자. 살 빼서 혹은 몸을 키워서 입는다고? 몸이 바뀌면 몸에 맞춰서 새로 사라, 그거 안 입는다.

정리가 끝났다면(혹은, 정리할 옷이 없다면) 이제 쇼핑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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