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없지만 있는 근사한 곳으로
초대받았다. 조용하고 가볍게 부르는 손짓에 역시 별 마음 없이 갔는데 아주 섬세한 빛깔과 오묘한 상상들이 그득히 잘 차려져 있었다.
다녀온 지 꽤 된 전시, 성수 그라운드시소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히어
김초엽 작가의 단편 세계관과 7인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독특한 또다른 세계, 그 협업이 오묘하다.
먼저 이런 생각이 든다. 단편 속 글들로 상상해낸 새 세계를 꺼내면서 회화와 미디어아트 작가들, 정말 흥미로웠겠다. 그렇게 김초엽 작가 또한 새롭게, 새로웠겠지
우주 속, 안 가 본, 갈 수 없는 곳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잘 다듬어지고 세심하게 선택된 색감들이 물론 어디에서 본 적 없는 모습들이긴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바깥은 오후 햇살이 길게 뻗어 내려앉고 있었다.
아, 작품길이 시작되기 전 특별한 절차가 있다. 세기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에 매료됨. 차각차각차각탈각탈칵 타답타답타답 소리
렌즈 가까이 가면 작은 사람들과 개, 제법 광활한 언덕과 풍광들
여인들 시선들, 또 매료됨
우주 어딘가 혼자, 내내 그 아득하고도 아늑하고도 영겁의 고독이면서도 없는 끝이면서도 모든 날카롭던 것들이 녹아내리는 듯 기묘한 기분이 드는 작품들
이 연보랏빛 화면들은 액자로 간직하고 싶어진다. 모든 예쁜 도형들과 외형들을 아무 고민도 방해도 없이 모아둔 천진함. 사실은 내가 늘 바라는 방향성.
사진 추적하지 않고 써 봤다.
다시 앨범 보면 여러가지 마음들도 불쑥불쑥 기억나겠지만 전부 다 여기 옮길 순 없을 것 같아.
*작가의 글이 목마르게 읽고 싶어지는 끝, 미세하게 정제된 것도 같고 한없이 어딘가로 폭발하며 흩어지는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는 테마들. 유토피아, 절실해지는 아련한 희망이 남음. +구형 컴퓨터가 투루룩 출력해 준 나와 유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