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기 - 2/3

셋째 날, 넷째 날

by Jn

다음날 비 예보가 예정된 제주였지만, 커튼 뒤로 눈이 부신 아침이 시작되었다. 호텔 뷔페를 먹고 싶어 한 지한이의 강력한 요청으로 신화월드의 조식 뷔페를 먹었다. 우리는 셋 다 배가 크지 않아 뷔페식의 식사는 남편과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지한이는 정말 쥐콩만큼 먹는데 (그 비싼 조식을 단 한 접시만 먹었다) 속이 터지지만 모른 체하고, 나는 꼭꼭 씹어 샐러드와 국수류와 베이커리, 커피를 마구 밀어 넣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이 별로 없었단다.


늦고 느긋한 아침 식사로 인해 한 번 더 수영장을 이용하지는 못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행선지는 제주도의 남쪽에 위치한 산방산. 산맥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 평지에 우뚝 솟은 산은 그다지 높지 않아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산방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도착한 황우치 해변은 강렬하다 못해 따가운 햇빛으로 인해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았다. 황우치 해변이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와 레모네이드, 당근 케이크를 주문했다. 지한이가 당근 케이크를 꽤 잘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김밥과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두 번째 숙소인 제주항공우주호텔에 짐을 풀었다. 생각보다 꽤 넓은 방이 우리 맘에 들었다. 호텔보다는 깨끗한 연수원 같은 느낌이었다. 창 쪽으로는 녹차 밭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항공우주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있다는 점이다. 짐을 풀고 서둘러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은 2년 전에도 온 적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조작해 보는 재미에 보러 다니는 것 아닌가 싶다. 막상 열심히 설명해 둔 물리학적 원리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보이다가도, 박물관 해설사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들은 얘기들은 한참을 떠들어댔다. 나는 회사에서 달고 온 꼬리를 처리하느라 잠시 혼자 카페에 앉았다 일어섰다.


두 시간 정도 박물관 관람을 마친 지한이와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 지인의 추천을 받은 금능 해수욕장 근처의 딱새우찜 가게였다. 처음에는 가게를 찾지 못하고 창고로 들어갈 뻔하다가, 마을회관의 1층에 작은 나무판에 손으로 써놓은 가게 이름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밖에서 이십 분가량을 기다렸다. 포구에 앉아 제비들도 보고 제트스키를 육지로 옮기는 장면도 구경했다. 막간을 이용한 짧은 게임도 즐겼다. 예약시간에 맞춰 들어가 딱새우찜 2인분을 시켰다. 가게 사장님이 큰 양동이에 찐 딱새우와 홍합, 감자, 고구마, 옥수수, 소시지를 함께 담아 오셔서 테이블 위에 와르르 부어주시고, 나무망치를 이용해 딱새우를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지한이도 나도 신기하고 재밌게, 그리고 맛있게 잘 먹었다. 밖으로 나오니 진한 노을이 붉게 지고 있었다. 조금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은 아침으로 10시가 넘어 금능 해수욕장 근처의 브런치 가게를 찾아갔다. 수플레 팬케이크와 토스트를 먹고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금능 해수욕장은 만조 때는 모래사장이 다소 좁은 편이었는데, 우리가 자리 잡은 파라솔 앞까지 파도가 밀려왔다. 그리고 바닷가는 암초가 곳곳에 있어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들어갔으나, 막상 한두 마리 정도가 전부였고 해변 가까이는 모래가 일어나 바닷속 시야가 좋지 않았다. 강풍이 부는 날이었는지 계속 방송을 하고 안전요원이 깊은 곳은 가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어떤 무리가 가지고 온 거대한 유니콘 튜브가 바람에 날려 안전선 너머로 순식간에 밀려갔다. 그 순간, 안전요원이 제트스키를 타고 유니콘을 구하러 달려갔다. 유니콘은 무사히 돌아왔고, 지켜보던 시람들은 박수를 쳤다. 지한이는 아빠와 함께 우리 파라솔 앞에 거대한 모래성을 쌓았고, 해변가에 앉아 파도를 즐겼다.


하루 걸러 바닷가에서 놀아서일까. 3시 정도가 되어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놀란 점은 파라솔 등의 대여와 샤워실 운영이 작년이나 재작년과는 다르게 잘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가격이 비싸 선뜻 대여하기 어려웠던 파라솔이라든지, 찬물이 나오고 줄이 길고 질서 없이 운영되던 다른 해수욕장의 샤워실과는 달리, 이번 제주 바다에서는 매번 해수욕을 다시 한번 즐기고 싶을만큼 시설 관리가 양호했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위해 우리가 향한 곳은 제주 크라운돼지. 지한이가 백점 만점에 구십구 점을 준 곳이다. 그만큼 지한이가 다른 날과 달리 고기를 많이 먹었다(물론 우리가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도 남편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이날은 셋 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일정을 일찍 끝내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마지막 글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