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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훈 May 11. 2022

요즘 젊은 여성들의 사고방식

젊은 후배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걸 느낀다.

물론 열 살 스무 살 차이가 나니 강산이 변해도 한 번 두 번 바뀐 세대들이라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여성작가가 쓴 글을 읽고 댓글을 달러 갔다가 더 충격을 받았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다. 그때서야 왜 후배들이 그렇게 열변을 토하며 요즘 세태를 한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의 푸념 중 몇 가지를 얘기해 보면 주로 이런 것이다.


한 친구는 아내가 교사다. 아이가 둘이다. 그 친구는 퇴근을 하면 청소와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쓰레기도 버리러 가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도 버린다고 했다. 자신도 퇴근하면 쉬고 싶단다. 지칠 대로 지쳐왔는데 또 집에 오면 와이프의 푸념 속에서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 아내와는 180도 틀린다.


"형들은 어떻게 해요?"

"나? 나는 퇴근하면 와이프가 쉬라고 하지?"

"나도"


나와 나보다 서너 살 아래인 후배의 말을 듣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러워한다.

가부장적인 사회. 요즘 젊은 여성들이 바라보며 반박하는 것이 이것이다. 그것이 그토록 그녀들에게 부정적일까? 그럼 내 아내와 후배들의 아내는 그런 게 몸에 젖어서 그럴까?

내 아내는 내가 출근하면서 쓰레기봉투를 가져 갈려면 기겁을 한다.  남자가 그런 거 들고 다니는 거 보면 정말 싫단다. 가끔 큰 종이박스는 들어 달라고 한다. 내가 들어봐도 무겁다. 가벼운 것은 그냥 두란다. 자신이 나가면서 버리면 된다고...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한다거나 그런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세대는 그렇다.

그러나 일어면 이부자리를 갠다거나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은 내가 한다. 화장실이 막히거나 욕실 천정 환기구 먼지는 내가 닦는다. 형광등을 갈거나 못질을 해야 하는 것 등은 내가 한다. 벌레를 잡는 일도 내 몫이다.


"아빠~~ 거미"


하면 내가 달려가야 한다.


남녀가 아니라 일의 역할 분담이다. 남녀의 차별이 아니라 구별인 것이다. 왜 점점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볼까? 삐딱선은 아닐까?


어제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자녀 더 갖기 포럼에서 내가 방청객으로 현재의 세태를 우리 집 아들들의 얘기를 가지고 빗대어 말했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요즘 젊은 남녀의 시각차를 현대 여성의 마인드에서 원인을 찾았다. 나중에 좌장을 맡으셨던 교수님이 "그거 매우 위험한 발언이었어"라고 하신다. 나는 누군가가 돌을 맞을 각오로 현 세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돌을 맞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초기 신여성 교육을 이끌었던 김모, 안모 또 다른 김모 교수들이 당시 여성교육에서 그녀들의 권리만 가르쳤지 그녀들의 의무와 사회적 역할은 가르치지 않은 탓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맞다. 나는 꼰대다.




큰 아들에게 묻는다.


"학생이 왜 차가 필요하냐?"

"요즘 차 없으면 여자들이 안 좋아해요"

"그래? 그럼 그런 여자는 안 사귀면 되지"   


학교를 졸업하고 서른이 넘어도 결혼 생각이 없는 아들에게 묻는다.


"결혼은 왜 안 하는 거냐?'

"요즘 집 없는 남자는 장가가기 힘들어요"

"그래? 그럼 그런 여자는 안 만나면 되지"


아들에게 얘기했다.


"네가 학교 다닐 때부터 알바를 해서 차를 몰고 다녔는데 만일 그때 차를 안 몰고 버스를 탔더라면 지금쯤 작은 집을 샀을 거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차값이랑 차 유지비며 한 달에 기십만원이 든다. 최소 60만 원은 들었을 거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 한 달에 10만 원이면 떡을 칠걸? 나머지 돈을 저축을 했더라면 지금은 어떨까?"


 내가 애 엄마랑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고 돈을 모아 차를 사고 집을 사며 느꼈던 그 기쁨을 요즘 아이들은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그냥 노동의 대가로 수컷이 해야 할 당연함으로 노역을 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다행히 작은놈은 형과는 사고가 다르다. 몇 년 뒤 둘의 생활이 어떨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이 글은 어느 여성작가가 명절에 시집을 가 일만 한다며 다음 해부터는 안 가겠다는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적는다. 시집에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고...

맞다. 시집에 일하러 가는 건 아니다. 그저 도와드리면 된다. 살림을 얼마나 안다고 나서겠는가? 그리고 시어머니가 새댁한테 그걸 맡긴다고??  

생각을 열고 마음을 열면 시댁도 시어머니도 다 같은 사람이다. 친정엄마랑 똑같은 여자고 사람 사는 집이다.

시댁의 시자에 왜 그렇게 과잉반응일까? 학교 다닐 때 시험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가???



신영호 作/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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