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것도 루틴이 된 것 같다. 남편은 요즘 그림동화작업에 열심히다. 눈을 뜬 아침에 오늘 그릴 이야기의 그림생각이 난다고 했다. 남편은 매일이 설레고 좋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설레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나의 특별하지 않은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침으로 먹을 당근사과주스를 가방에 넣어 음악을 들으며 걸어서 카페로 왔다. 15분 정도 걸린다. 햇살이 좋다. 그동안은 길이 얼어서, 추워서 버스나 남편이 차로 데려다줬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 아침운동도 못했는데 걸어가면 하루 걷기 운동으로도 딱이다. 간단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책을 읽었다. 정성껏 읽었다. 책방을 할지도 모른다. 그때 내가 읽은 책 중 추천하고 싶은 책들로 서가를 꾸밀 거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제일 먼저 추천할 책일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정성껏 읽고 있다.
"난 쌀국수 먹을게"
어제 남편은 약속이 있었다. 그 약속이 길어졌고 술을 마시고 내가 잠든 뒤에 집에 왔다. 해장을 하고 싶은지 점심은 쌀국수를 먹겠다고 전화가 왔다. 나도 가볍게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어볼까 고민을 했다. 거의 먹지 않는 빵과 다양한 소스들이 있다. (나는 암을 만나고 햄이 들어있는 샌드위치와 햄버거는 잘 먹지 않는다)
김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정리하고 카페를 나왔다. 다시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음악을 들으려 걷고 있지만 생각은 복잡하다. 김밥을 사 먹을 건지, 만들어 먹을 건지. 라면도 같이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마트에서 장을 봤다 항상 매일 사고 있는 과일과 야채들을 샀다. 분식점은 지나갔다. 김밥을 사 먹지는 않기로 한 거다. 이번에는 자장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갈등이다. 중화요릿집 앞 건널목의 신호를 기다리며 마음을 정했다. 집에서 건강식 자장라면을 만들어 먹자.
건강식 자장라면?
냄비에 물을 담고 불을 켰다. 그리고 자장라면 1개를 선반에서 꺼냈다. 라면삶은 물을 버리고 자장가루만 넣었다. 씻어놓은 숙주를 한 움큼 넣고 청양고추 1개를 썰어 넣었다. 그리고 숙주가 잘 익게 비벼주었다.
기름은 당근주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고급올리브오일을 둘렀다. 라면을 삶는 동안 펜에서 익혀둔 양송이버섯과 썰어놓은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토핑으로 자장라면에 올렸다. 근사하고 예쁘다. 같이 먹을 파김치와 동치미, 신선한 오이와 방울토마토도 준비했다.
맛있지만 많이 먹고 싶지는 않은 자장라면이다.
맛있다. 숙주의 식감도 좋고 약간 매콤한 청양고추의 맛도 좋다. 몇 젓가락 먹고 나니 자장라면의 면이 질린다. 내가 먹고 싶었던 맛이 이맛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버섯과 오이 방울토마토는 모두 먹었지만 라면의 면은 절반 정도 남기고 아삭한 오이만 계속 먹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먹고 있는 밀가루음식이 이젠 맛있지가 않은 듯하다. 나의 입맛이 바뀐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 건강식이라 맛이 없었던 걸까? 하는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