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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Apr 12. 2024

암의 재발은 왜 되는 거예요?

나의 항암루틴이 내 삶의 1순위인 이유

목요일이면 나의 빵선생님께 빵을 사러 간다.

빵선생님과 나는 서로에게 선생님이다. 내가 암을 만나 내가 먹을 빵을 찾다 결국 빵선생님께 내가 먹을 빵을 배우러 가게 되었다. 

항암치료중일 때였기에 1대 1 수업이었지만 내가 힘들어해서 나의 빵선생님이 대부분 만들어주셨다. 

나는 레시피를 받고 선생님이 빵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정도로 나의 빵수업은 진행되었다. 


지금 나는 항암치료가 끝났고 일상을 거의 회복했다. 

얼마전에 빵선생님도 작업실 겸 매장을 이전했다. 

그곳에서는 빵만들기 수업을 주로 하고 목요일에만 판매하는 빵을 소량 만든다.  나는 목요일마다 걸어서  빵선생님의 목요빵집을 방문한다. 직원들의 샌드위치와 조카들과 우리 가족의 빵을 소량 사 온다. 


나의 빵선생님의 빵은 한때 마음이 아파 힘들었던 빵선생님의 아이를 위해 건강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가족중 누군가 아프면 음식부터 챙기게 되나보다. 나는 빵선생님께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암환자가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당시 항암치료중인 내가 먹을 수 있는 빵이 없어서였고 아주 개인적인 부탁이였다. 


매주 목요빵집이 오픈하면 선생님은 나의 빵을 따로 챙겨준다. 

대부분 우유와 치즈, 버터, 설탕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들로 곡물과 통밀이 들어간 자연발효 빵들을 챙겨준다. 

내가 먹을 샌드위치에는 햄이 들어가지 않은 야채위주의 비건식으로 만들고, 샌드위치 포장 위에는 예쁜글씨로 [선생님 꺼]라고 적혀있다.


오늘도 목요일이라 아침 미팅을 마치고 빵선생님의 작업실로 갔다.  일주일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는 빵을 챙겼다. 그러던중 선생님이 며칠 전 마음 아픈 소식을 들었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고 했다. 


내가 항암치료중 내가 먹을 빵을 선생님께 배울때였다. 빵선생님의 수강생분중 한분이 나와 같은 위암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보다 젊은 분인데도 암을 만났고, 항암치료를 하는 중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분도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쳤지만 얼마 전 암이 재발되었고, 며칠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빵선생님과 암의 재발과 전이, 나의 루틴과 생활등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 대화를 기록해 본다.


"선생님,  전에 말씀드린 제 수강생분도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완치가 된줄 알았어요. 그런데  재발이 되었다고 얼마 전에 들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니 너무 마음이 아파요.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선생님은 건강하신데 왜 그분은 재발이 되신 거예요?"


"암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완치가 되는 건 아니에요. 5년이 지나고 나서 암이 완치되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정확한 말은 아니에요.. 그땐 [완전관해]라고 해서 CT 검사등에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중요한 건 CT상으로는 일정크기 이상의 암세포만이 확인이 되고 그 크기 이하로 작은 미세암이나 잔존암은 보이지 않아요"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고나면 완치 된게 아닌 거예요?"


"암은 건강하다고 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선생님 몸에도 오늘 5000개 이상의 암세포가 생겼다 없어졌다 하지만 선생님이 면역력이 좋고 암을 이길 수 있는 몸의 환경이라 면역력이 암세포를 더 이상 크지 않게 하는 거예요"


"그럼 어떤 사람들이  암이 재발되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집에 곰팡이를 생각해 보세요. 집, 베란다등에 곰팡이가 한번 생기면  장마철이나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다시 곰팡이가 피고, 그대로 두면 더 심하게 번지고 잘 없어지지도 않잖아요.  다른 예로 임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첫아이 임신을 했을 때 몸의 변화는 조금씩 천천히 변하지만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 몸은 바로 적응하잖아요.

암도 비슷해요. 처음 암이 커지고 집을 짓기까지 힘들지만 한번 짓고 나면, 수술과 항암치료를 해도 다시 그때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금방 튼튼하고 큰집을 지을 수 있어요.. 그게 재발과 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 암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죠. 건강한 식습관 생활습관을 꾸준히 지켜서 면역력을 키우고 좋은 면역환경을 꾸준히 유지해서 암세포가 못 자라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방법은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맞아요. 특별한 방법은 아니죠. 대부분의 전문의들이나 연구자료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이 대부분 좋은 생활습관 식습관등이에요. 모두가 아는 일반적인 방법들인데 평생 꾸준히 관리하는 게 힘들죠."


"선생님은 괜찮으시잖아요"


"전 지금도  제 몸에 암세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위암 3기이니까 제 암이 집을 꽤 크게 넓게 지은 편이거든요. 지금 암세포가 CT 상으로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잔존암이나 미세암이 있을 거고, 제 면역력이 암이 활동하지 못하게 잘 지키고 있는걸거예요. 만약 제 몸이 암을 만날 때의 암이 좋아하는 환경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다시 암세포가 커질 수 있는 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생활습관 식습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 어떤 것들을 하세요?"


"대략 20~30개 정도의 루틴들을 해요  가장 중요한 루틴은 10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중요한 루틴을 유지하기위한 습관 만들기와 자기계발 성취등을 위한 루틴들이에요"


"매일 하세요?"


"중요한 10개의 루틴은 암 수술 후 2년 동안 거의 빠트리지 않고 하고 있어요.. 참 신기한 게 2년 동안 매일 빠트리지 않고 하는 루틴인데 며칠만 하지 않으면 정말 하기 싫어져요. 매일 했던 건데.. 꾸준히 매일 하는 게 힘들다는 말이 정말 맞아요. 그래서 전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루틴을 매일 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다듬어요 "


"암이 재발되면 정말 치료하기 힘들까요?"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해 루틴을 실천하고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암의 재발전이가 되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고 나의 삶의 질이 분명 나빠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어떤 것들이.. 그렇죠?"


"암이 재발 전이가 되면 처음 암이 1기든 3기든 상관없이 대부분 4기가 돼요. 그리고 대부분 고식적 항암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고식적 항암화학치료는 완치가 아닌, 암 진행속도를 늦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생명 연장을 목표해요. 한마디로 평생 항암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죠

또 한 가지는 재발된 암은 처음 만난 암보다 독하고 내성이 생긴 힘쎈암이라고 할 수 있어서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약에 내성이 빨리 생길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사용할 항암약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항암약들도 고가의 약들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고요.

*고가의 항암치료약이라고 하면 항암치료는 3주마다 항암치료약을 사용해서 치료를 하는데  2주 치료 1주 회복기로 3주를 1사이클이라고 해요. 1사이클에 사용되는 항암치료약이 천만 원이 넘는 약도 있어요. 약을 3주마다 비용을 부담해야 하죠.. 암이 재발이나 전이가 되면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되는 거예요. 물론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그 정도 경제적인 부담이라면 언젠가는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


"몰랐어요"


"네 저도 몰랐어요. 암이 재발 전이가 되면 여러 가지로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암을 만나고 가장 먼저 암의 재발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저한테는 제 삶과 저의 가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일 하는 중요한 루틴들이 저의 1순위예요"





암을 만나고 암이라는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조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어느 정도의 관계를 가지고   어떻게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할지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나의 루틴을 매일 지키고 다듬는 이유이고 나의 루틴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1순위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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