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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Feb 16. 2024

루틴실천을 돕는 작심삼일

루틴이라는 계단을 오르는 나의 마음가짐

구정을 보내고 왔다.

먼 거리 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휴게소음식과 기름진 구정음식의 후유증

돌아온 뒤 추적관찰 검진등으로 심리적 불안감 .

나의 수면과 루틴들이 흔들렸다.

다시 작심삼일 각오

노트를 정리하고, 요리를 한다.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

일기 쓰기도 중요하다.

작은 것부터 해 나가면서 체크한다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나의 목표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암을 만나기 전까지 나의 하루, 평범하다 생각한 일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별한 이벤트와 미팅등이 중요했었다.

암을 만나고, 1기로 예측했고, 위절제수술로 암세포를 제거하면 끝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지 않았다.


수술 후 조직검사결과 3기가 나왔다.

항암치료를 하기로 하고 마음과 생각이 달라졌다.

암수술을 하고 몇 달 몸이 회복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예전이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암의 재발과 전이예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암을 만나기 전에는 암의 재발과 전이에 대해서는 몰랐다.


암이 재발되면 기존 암기수와 상관없이 4기 암환자가 되고, 많은 환자가 *고식적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고식적 항암치료

암 치료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암 진행의 속도를 늦춰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뜻한다.


표준치료에서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가 아니다. 암세포는 내 몸의 세포가 변형된 것이다.

일반 정상세포는 일정 세포분열을 하고 나면 멈추게 된다. 암세포는 세포분열을 멈추지 않고 무한증식한다. 세포분열속도도 빠르다.

간단히 말해 암세포는

1. 나의 세포가 변형된 것이다.

2. 세포 분열 속도가 빠르다


암환자가 되고 나면 대부분 받게 되는 표준치료의 항암치료는 암세포의 세포분열속도가 빠르다는 특이점에 맞추어 만든 약을 사용한다.


나의 치료에 사용된 항암제는 *세포독성항암제다.

현재 사용되는 항암제 중 가장  오래 사용되었다.

항암치료의 타깃은 내 몸속 세포 중 세포분열속도가 빠른 세포들이 대상이다.

암세포를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다.


*세포독성항암제

세포독성항암제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제어할 수 없는 세포의 증식을 제어하기 위해 세포가 증식에 필요한 물질의 복제와 합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세포분열이 빠른 세포들에게 주로 사용된다.

그러니 암세포와 같이 세포분열이 빠른 정상세포들도 방해 대상이 된다. 정상세포가 약에 방해를 받게 되면 나타나는 것이 우리가 아는 항암부작용들이다.

모근세포, 위장관의 점막, 입안점막등이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발이 갈라지고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심하면 옷을 입기도 힘들다. 구내염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오심과 구토증상이 나타난다.


피해 갈 수 없는 길이다.

항암치료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항암부작용으로 변할 나의 일상이 특별해졌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일상을 지켜내고 싶었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산책을 하는 정도의 아주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들을 지키고 싶었다.  특별한 이벤트와 일의 성과등은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많은 것들에 도전을 했었다.

가장 힘든 것이 지루함이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랬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일례로 의류회사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있을 때였다.

11명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옷을 디자인하면  옷에 그림이나 장식할 이미지를 작업하기 위해 나에게로 왔다. 첫 시즌에는 처음 하는 일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그보다 더 새로운 일이라 설레고 재미있었다.

정말 신나게 일을 했다.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에 라이선스가 있는 캐릭터로 작업을 하는 것이라 내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에는 제약이 많았다.  4계절을 지나고 나서 두 번째 비슷한 그림들로 비슷한 작업을 하면서 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꼈다.

두 번의 4계절을 모두 보내지 못하고 퇴사했다.  

다음직장은 캐릭터를 개발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문구팬시회사였다.


많은 것들이 그랬던 것 같다. 익숙해지면 지루해했다.


암을 만나고, 내가 일상을 유지하고, 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좋은 생활습관, 식습관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했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내게 남은 시간들 동안 해야 한다.



작심 3일을 4일마다

나의 다짐이다. 나는 익숙해진 루틴들도 매주 매달 다듬는다.

암수술을 한 뒤부터 하루도 빼지 않고 마시고 있는 아침 공복 물 마시기도 습관이 되었지만 루틴 다듬기를 한다.  컵을 바꿔주기도 하고, 마시기 전 사진을 찍으며 기록하기도 하고,  작은 노트에 체크리스트에 기록하기도 한다. 내가 내 습관들을 지루해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일상이 흔들리면 루틴도 흔들리고 습관도 흔들린다.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하는등와 같은 것들로 나의 일상은 흔들리게 된다.

며칠이상 여행을 가는 경우는 대부분의 루틴이 흔들리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몸의 회복에 집중한다.

몸이 회복이 되면 작은 것부터, 중요한 것부터 루틴을 다듬는다.

작심삼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심삼일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2년이 되어간다.

나의 루틴들도 2년을 지켜냈다.


많은 계단도 바로 앞 한 계단만 보고 하나씩 하나씩 올라가다 보면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일상을 지켜주고 있는 많은 루틴이라는 계단들로 나는 나의 언덕을 한 계단 씩 오르고 있다.

세 개씩 오르고, 네 번째 계단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세 개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할만했고,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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