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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Feb 09. 2024

숫자가 목표가 되면 동기부여가 된다

운동루틴 실천 팁

나는 운동을 싫어했다.

어릴 적부터 암을 만나기 전까지 50년 동안 싫어했다.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체육이었고, 학교행사 중 운동회를 싫어했다. 이유는 달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운동회를 준비하는 동안의 연습도 싫었다.

소풍을 다녀오면 며칠 동안 몸살을 했다.

어릴 적에도 집에서 놀기 좋아했다.


그러니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은 택시를 타거나 차를 타고 갔다.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가장 싫어했다.


그러다 암을 만났고, 나는 살기 위해, 몸의 회복을 위해 내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가장 첫 번째로 바꾼 것은 걷기였다.

위절제수술을 아침에 했고 오후 12시가 조금 마취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마약진통제에 의지하며 오후 6시즘부터 조금씩 걸어보았다.

아기가 첫걸음을 하듯 힘겹고 아슬아슬하게 걷기 시작했다.

남편의 부축을 받지 않으면 서있기도 힘들었지만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암환자들의 회복과 체력유지와 항암치료를 위해 꼭 추천하는 것이 걷기였다.

그날은 2022년 4월 12일이었다.

내 삶에서 걷기가 가장 중요한 1순위가 된 날이었다.


일주일 동안 회복을 하고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그리고 4주 후에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은 걷기다.

하루에 1000걸음을 걷는 것도 힘들었다.

공원의 밴치마다 쉬어야 했다.

지금은 15분이면 걸을 수 있는 공원을 수술을 한  후에는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힘들 때는 남편의 무릎을 배거나 어깨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다.

남편은  나와 집 앞 산림욕장을 갈때는 내가  편히 쉴 수 있게 등받이가 편한 캠핑용 의자를 가지고 가기도 했다.

나도 암수술은 처음이라 나의 체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항암치료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체력이 좋으면 무리되지 않게 틈틈이 열심히 걸었다.

항암치료 중에는 먹는 것과 운동 등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는 것은 힘들다.

나의 체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 좋았지만 내일 눈을 뜨면서 항암부작용이 심해 먹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가능하면 하고, 힘들면 쉬고, 먹을 수 있으면 먹고, 먹을 수 없으면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항암치료 중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다.

내 몸이지만 내가 예측가능한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을 그러려니, 그럴 수 있겠지, 좋아지겠지, 나아지겠지, 내일이면 먹을 수 있겠지 등으로 위안을 삼고 희망을 가지면서 오늘, 바로 그 순간에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었다.

분명 좋아질 거고, 지금이 순간이 조금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치를 사다.

8번의 항암치료를 마친 것은 2022년 12월이었다.

건강체크를 위해 워치를 구입했다.

나는 손목시계를 좋아해서 항상 작은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다.

생일이면 남편은 항상 내가 갖고 싶어 하는 시계를 선물로 사줬다.

그래서 건강체크를 위해 워치를 사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워치를 구입한 것은 2022년 9월이었다.

큰 맘을 먹고 샀지만 처음에는 잘하고 다니지 않았다.

익숙하지도 않았고, 큰 시계사이즈도 맘에 들지 않았다.

익숙해지는데 한참이 걸렸다.


항암치료를 마친 12월은 추웠다. 항암부작용이 심할 때라 차가운 공기는 부담스러웠다.

주변의 걱정도 많아서 실내운동위주로 했다.

암을 만나기 전 사놓았던 러닝머신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루하루 나의 걸음수를 확인하니 목표를 정하게 되었다.


나의 하루 걸음을 정해 실천해 보기로 했다.

운동루틴을 만들었다.

지금도 매일 나의 걸음으로 하루 운동루틴을 확인하고 있다.


목표가 숫자가 되었다.

우선 하루 3000걸음을 목표로 정했다.

아침 운동으로 러닝머신에서 10분, 15분을 걷고, 집 앞 카페를 다녀오면 대략 3000보 정도였다.

매일 실천하려고 하는 루틴이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워치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항암부작용이나 전날 많이 걸으면 다음날 피로도가 몰려왔다.

그래서 일정하게 꾸준하게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2달 살이를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는 습관을 들였다.

워치를 가져갔지만 충전기를 가져가지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을 가져간 날은 기록이 되고 가져가지 않은 날은 기록이 되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연동되는 워치)


나의 걷기가 루틴으로 습관이 된 것은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부터이다.

시차적응을 하고 난 뒤부터 독일에서처럼 매일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했다.

6000걸음을 목표로 했다.

몇 달이 익숙해지면 다시 7000보로 목표를 정했다.

작은 성취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8000보가 목표였다.

논문에서 당뇨, 고혈압등 환자들에게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적당한 걷기는 8000보~1만 보 정도라고 했다.

1만 보 이상을 걷는다고 해서 효과가 더 높거나 하지는 않고 유지가 되는 정도라고 했다. 물론 나이와 그 사람의 여러 가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마 평균적인 수치가 그랬다.

나도 그 평균에 들거라 생각하고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8000보를 유지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1만 보이상을 걷지 않으려 했다.

많이 걸으면 다음날 피곤했기 때문이다.

나의 체력에 적당한 걷기는 큰 이벤트가 없다면 일상유지를 하면서 8000보가 적당했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길 위는 눈길이 된다. 혹은 빙판길이 된다.

같은 8000보를 걸어도 눈길과 빙판길을 걸으면 피로도가 높았다.

그래서 겨울에는 외부걸음을 걸을 때는 날씨의 영향도 있어 6000보 정도로 조정을 했다.

집에서 러닝머신으로 걸을 때는 8000 보선을 유지한다.


숫자가 목표가 되니 실천하는 것도 쉬워졌고 매일의 목표달성으로 성취감을 경험하니 좋았다.

루틴으로 실천하지만 목표달성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주는 감정은 나의 다른 루틴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나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면 시각화시키는 작업을 먼저 하는데 운동루틴은 매일 숫자로 시각화작업이 되니 루틴과 습관 만들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자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나의 컨디션과 나의 몸상태를 살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의 몸상태를 살피고 루틴을 조정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나의 몸을 건강하게 돌보기 위해서이다.

목표달성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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