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요리가 취미가 되었고, 책 읽기와 글쓰기가 새로운 취미 되었다. 남편은 그림과 음악이다. 기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밴드활동을 한다. 여기에 하나 더 김치 담그기 취미가 생겼다.
남편은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나는 매일 카페를 다녔다. 카페에서 암을 공부하고 마음을 공부하는 책을 읽고 매일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와 함께 다니면 나의 일기에 사용할 따뜻한 그림을 그려주었다. 나는 남편의 그림을 가장 좋아하고, 나는 나의 생일에 남편이 그림선물을 해줄 때가 가장 좋다. 매일 한 편의 일기와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니 남편의 그림은 더 실력이 좋아졌다. 종종 그림의뢰도 받고 있다.
남편과 결혼을 할 때 남편에게 준 결혼선물은 지금사용하는 전자기타와 1년 수강권이었다. 남편은 음악을 좋아한다.
남편에게 생일선물한 선물 중 통기타와 스피커도 있다. 아마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림보다 축구보다 음악일지도 모른다.
복사지 표장지 뒷면에 그려준 그림이고, 잡에 있던 자투리 나무들과 타카로 만든 액자 이 그림액자를 내가 가장 좋아한다.
나의 작업실 공방의 외벽에 그려준 그림들과 자투리나무에 그려준 좀 많이 미화된 내모습
내가 암을 만난 뒤 나의 일기에 그려준 내가 모델인 그림이다.
남편은 밴드의 메인기타 연주자다.
내가 암을 만난 뒤부터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가능하면 미루지 않는다. 나의 작업실계약이 그랬고, 봉사활동모집이 그랬고, 2달 독일살이도 그랬다.
내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절실이 느끼고 변한 것이다. 남편이 밴드를 만들기 전의 일이다. 우리 부부는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많은 대화를 한다.
"그림은 이번생에 많이 그릴 것 같은데, 음악은 아무래도 다음생에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나는
"왜? 음악도 이번생에 해. 하고 싶은 거라면 하면 되지. 당신이 유명뮤지션이 되고 싶은 게 아니잖아. 하고 싶은 거라면 지금이라도 하면 되는 거 아냐?. 음악으로 밥벌이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 밥벌이를 하고 싶은 건 아니야. 해볼까? 밴드를 만들고 싶긴 한데..."
"밴드 만들면 되지. 난 찬성. 기타가 치매나 알치하이머등 뇌질환 예방이랑 우울증 등에도 좋다고 했어"
" 진짜 해볼까? 축구팀에 베이스기타 했던 형님이 있는데 말해봐야겠다"
남편이 술을 끊었다
그렇게 남편은 축구회의 베이스기타를 했던 형님과 학창 시절 드럼을 했던 동생과 밴드를 만들었고 매주 모여서 연습을 한다. 남편은 메인기타로 매일 연습을 한다. 기타의 연습시간과 건강관리를 위해 지금은 술도 끊었다.
(술보다는 기타 연습이 더 좋은듯하다)
남편은 우리 집의 김장금이다.
웬만한 요리들은 내가 대부분 하지만 김치 담그기는 남편이 하고 있다. 어머님의 음식솜씨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좋다. 어릴 적부터 어머님의 음식을 먹고 자랐으니 음식을 하면 꽤 맛있다. (퓨전음식이나 한국음식이 아닌 음식은 좀 약한 편이다)
특히 김치는 나보다 더 잘 만든다. 내가 암을 만나고 우리는 음식에 대해 진정성이 높아졌다.
며칠 전 남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중 하나인 알타리 김치를 담았다. 지금 나는 김치가 맛있게 익기를 설레면서 기다리고 있다. 남편의 김치를 가까이에 살고 있는 동생네에도 보냈다. 맞벌이 부부인 동생도 김치를 만들어먹지는 못하고 있다. 조만간 남편과 작게 라도 김장도 해보자고 했다. 우리도 이제 자립이 필요하니까(김장은 항상 시댁에서 했었다.) 다음 김치를 담글 때는 조카들과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로 했다. 김치 담그기 이벤트의 총괄감독은 우리 집의 김장금이다.
남편의 김장담그기 -요즘 유행하는 흑수저요리사같은 복장이다.
일상의 운동을 열심히 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음식과 운동, 마음관리를 함께 하고 있다.
아침운동을 하는 동안 거실과 베란다는 나만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남편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기타 연주도 체력이 필요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잘하려면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은 나에게 찾아온 행운일지도 몰라
내가 암을 만난 뒤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중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 부부의 워라밸이다. 아직도 다듬고 있고 루틴과 습관을 만들고 있는 중이지만 남편도 나도 내가 암을 만나기 전보다 지금 우리의 삶에 더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