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만나고 고마운 것
암을 만나기 전, 나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이었다.
특히 코감기가 심했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코 밑이 빨갛게 헐 정도로 훌쩍였고, 따끔거림을 견디기 위해 바세린을 듬뿍 발라야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래야 그나마 다음 날이 조금 나았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또다시 하얀 딱지가 앉았고, 그 위에 아무리 정성 들여 화장을 해도 티는 나기 마련이었다. 출근 준비는 늘 지우고, 다시 바르고, 또 지우기를 반복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암을 만났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체력을 키우고 면역력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항암치료를 잘 해내기 위해,
그 치료를 견뎌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때부터 나는 루틴을 만들고 다듬고, 정성을 들여 실천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운동하는 매일의 실천.
언뜻 보면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루틴 덕분에 나는 감기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3년을 지냈다.
내 몸은 점점 회복되었고, 체력도 서서히 좋아졌다.
그렇게 나는 항암치료를 미루지 않고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나의 몸을 체크한다.
복잡하지 않다.
배변 상태와 수면, 그리고 오늘 하루 피로감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깊게,
나는 내 몸이 불편한지 편안한지를 느끼고 살핀다.
오늘 먹은 음식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조심스럽게 돌아본다.
암을 만나고 얻은 감사 중 하나는
내 몸을 이렇게 정성껏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몰랐던 ‘나를 소중히 돌보는 기쁨’을 이제는 안다.
오늘도 나는 나를 살피고, 돌보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