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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맘 Aug 14. 2023

나의 암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하지?

나의 마음태교

엄마의 걱정

내가 암을 만나고, 가장 먼저 고민했던것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위암과 수술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였다.

나는 암을 만난것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등은 거의 없었다. 비록 암을 만났지만, 마음의 동요가 크게 없었던것 같다. "아~ 나한테도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암을 만나기전, 암유병자인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손뜨개 강사프로그램과 손뜨개 패턴북과 kit 개발을 암유병자들과 함께 했었다.  8명의 암유병자들과 암을 경험한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영상으로 담는 작업을 했다. 그 작업으로  암은 교통사고 처럼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뭔가 특별히 잘못했다기 보다 그냥 운이 나빠서 암을 만나기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들이였고, 암을 만나고 더 삶에 대한 애정과 자신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나는 암을 만난다고 모두 불행한것은 아니구나. 더 나를 돌보고, 삶을 사랑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암을 만나고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빨리 중심을 잡고, 암을 받아들일수 있었다.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운 좋게 암을 만나기전 암에 대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했고, 나의 주변에서 암을 만나고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좋은 사례들을 많이 봤기에 암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없었다.

그렇지만, 나도 암을 만나고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죽음까지 생각해보았다.  만약 지금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난 세상에 미련이나 후회 또는 억울함등의 감정이 있을까? 나의 50년 삶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항상 최선을 다했고, 하고 싶은것들은 가족과 주변의 응원으로 대부분 했던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암을 만나고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암을 만났지만,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정리를 했다. 그런 나에게  최대 걱정은 아이들에게 나의 암을 알리는 것이였다. 무엇보다 막둥이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어릴적 부터 유난히 엄마를 좋아했고, 엄마가 아프거나 죽는것에 대한 걱정이 많은 아이다. 내가 암을 만나기전에도 막둥이는 항상 나에게 운동과 책읽기등을 강조하면서 엄마의 심리적, 육체적 건강을 걱정했다. 너무 일에 열심히인 엄마가 항상 걱정이였다.


대표님, 제 암을 어떻게 알려야할까요?

암경험이 있으신 사회적기업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이라고... 수술을 해야하니, 아이들은 알게 될텐데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정말 걱정이라고 했다. (이때까지는 나의 암은 1기로 진단이 났고 그래서 수술만 하고 항암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였다.) 대표님은 암의 정확한 기수는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야 알수 있으니 지금 상태를 말하고,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정도만 이야기 하면 될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이제 성인이 되었고,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생각이 그릇이 클거라 생각했다.


몇일 뒤 저녁을 먹고 나서,  나의 건강검진 결과 위암이고,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나의 암으로 인해 앞으로 생활의 변화가 있을거고, 엄마는 우리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 변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잘 해보자고 했다. 막둥이는 학교에도 돌아오는 지하철속에서 얼마전 엄마가 건강검진을 했고, 오늘 가족회의를 하자고 하니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시안부 일수도 있다'까지 생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막둥이가 이말을 할때 난 '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내 생각보다 잘 이겨낼것 같았다. 그리고 난 "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 최선을 다하자.

나는 암을 만났고, 수술과 치료를 앞두고 있었다. 나는 암환자로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이해와 배려가 가장 중요하고 필요했다. 큰아이와 막둥이 모두 건강하게 엄마의 암을 받아들였다. 이제 나만 마음을 잘 다스리고 암을 태교하면 된다.

물론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남편과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내가 암을 만났지만, 우리가족은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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