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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좋은 습관 만들기는 언제부터가 좋을까?

by 꼼지맘

며칠 전에 미팅이 있었다. 난민아동들에게 보낼 영어그림동화책컬러링북의 제작과보급에 대한 내용을 상의하기 위해 같이 협력 중인 NGO 이사장님과 담당자와의 미팅이었다.


예전엔 점심을 같이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즘은 내가 집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카페에서 만났다. 나를 위해 집 앞 카페로 장소를 정했다.


암을 만난 뒤 만들 책에 나의 생각이 많이 담겼다.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친하게 되었으면 하는 음식들을 재미난 간단한 이야기를 담아 영어동화책으로 만들고 있다.












1000만원 목표로 카카오 같이가치로 모금을 했다. 절반정도 모금이 되었다. 부족한 금액 중 일러스트작가 의뢰비를 재능기부로 진행하기로 했다. 남편인 꼼지파파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미팅에서 책에 사용할 그림과 제작방법과 책의 사이즈등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실무담당자가 조심스럽게 나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다. 좋다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대신 조심하면서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재발과 전이가 잘 되는 2년 동안의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조금 긴장하면서 일상을 잘 보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매일 루틴을 잘 실천하고, 하루를 최선을 다해 잘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대표님 대단하세요, 매일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저도 얼마 전 8월에 항암치료가 끝났거든요. 사실 전 5차까지만 하고 중단했어요. 항암부작용이 심해서"

"정말요? 무슨 암이셨어요?"

"위암 3기예요"

"저와 같네요. 아직 항암부작용이 많이 남아 있을 텐데요?"

"네, 자판작업할 때 힘듭니다. 손끝이 아파서 자판을 못 누르겠거든요. 일은 해야 하고.."

"맞아요. 저도 자판누르기 힘들어서 오타도 많이 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추워지면 더 심해질 텐데.. 장갑 끼고 따뜻한 거 많이 만지고 하세요. 운동은 하시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잘 자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걷기는 하는데 근력운동은 힘드니깐 꼭 해야 할까 고민만 하고 있어요"

"꼭 하세요. 특히 등이랑 복부, 코어운동에 신경 써서 하세요. 아시죠. 면역력의 70%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장이 건강하려면 복부, 등, 코어근육을 키워야 도움이 돼요"

"항암치료할 때 습관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지금은 몸이 조금 편안해지니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네 저도 요즘 그런 생각해요. 암환자들이 습관 만들기에 항암치료시작할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가장 힘들긴 하지만, 가장 의지가 강할 때이기도 할 때니까요. "

"쉽지 않죠. 그런데 몸이 항암치료 때보다 덜 힘들긴 하지만 지금 하려니 의지가 그때만큼 강하지 않는 것 같네요"

"맞아요, 쉽지 않죠.. 암이 쉽고 만만한 친구가 아니니깐 암환자도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생각해요. 사람이 바뀌기가 어디 쉽나요"

"그래서 대표님이 매일 루틴기록하는 게 대단하다 생각해요. 꼭 완치하실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우리 같이 건강해지려고 노력해요. 제가 도움드릴일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네. 종종 연락드리겠습니다"



기억해 보니 오래전에 이사장님이 가까운 지인이 위암수술을 해서 치료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암을 만나기 전 몇 번 일로 전화통화를 했던 분이었다. 아직 음식에 대한 부작용이 남아있고, 손발 저림으로 일상유지가 힘들다고 했다. 무엇보다 암의 재발과 전이를 예방해야 하는데 혼자서 감당하기에 힘들다고 했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어 공감이 되었다.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돌봐야 할 주변이 많은 가장이다.

음식도, 생활도 업무도 힘들 것이다. 암환자의 마음은 암환자가 제일 잘 안다. 지금 나처럼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꼭 실천하고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것들을 최소한으로 정리해서 카톡으로 보냈다.


암환자는 암의 치료가 끝나고 나면 해야 할 일이 참 많아진다.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것에 소홀하면 안 된다.


암환자들이 일상을 지키며 나를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것 들이다.


암환자와 암경험자는 지치더라도,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나를 돌보고 나를 지켜야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하루를 정성껏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 한다. 오늘 나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




난민 아동에게 꿈을 키울 기회를 주세요 (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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