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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Apr 05. 2022

스페인 작은 도시에 정착하기. 07화

07화. 끝없는 월세집 하자와의 전쟁

현재 스페인 카탈루냐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외국노동자(외노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스페인에서 집을 구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국 '직방'과 같은 'Idealista(이데알리스타)'와 'Fotocasa(포또까사)'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또는 한인 인터넷 카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도 안되면 부동산에 직접 방문하는 방법이 있다.


나도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집을 찾았다.

한국에서 옷과 담요, 최소한의 식기류만 가지고 올 계획이라서 가구와 가전제품이 갖춰진 집이 필요했다. 

외국이라서 가구가 구비된 집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물건이 많지 않았다.

한 달 정도 검색과 정보를 수집한 뒤에 월세집을 선택했다.

그리고 2월에 한국에서 미리 계약을 했다.


우리가 계약한 집은 한국으로 치면 21~3평 넓이를 가지는 공동주택이었다. 

우리 부부 둘이 살기에는 충분한 집이었고 인테리어가 비교적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위치도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도 편했고 주변 상가 이용도 편했다.


다만 창문이 북서향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해가 일몰 전에만 살짝 들어오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스페인에서 북서향은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남향집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만약 집이 남향집이라면 한낮에는 햇빛을 가릴 수 있는 La persiana(페르시아나) 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서향 집이라 일몰 전에만 잠깐 해가 들어왔다.




우리가 입주한 집은 비교적 괜찮았다.

아파트 1층에는 빵집이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구수한 빵 굽는 냄새를 즐길 수 있었다.

바로 건물 앞에 가로수 길이 있어서 저녁 시간 이후에는 벤치에 앉아서 바람을 쐴 수도 있었다. 

북서향 집이었지만 거실 베란다 밖으로는 넓은 시야가 확보되었고 시내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차 소음 문제도 없었다. 


집 구조가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작은 평수임에도 방이 3개나 있어서 각 방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중에 큰 방은 잠자는 공간, 하나는 컴퓨터 및 작업공간, 나머지 하나는 짐 보관 창고로 활용했다. 

주방이 거실하고 분리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밥 할 때 냄새를 최소활 할 수 있었다. 

거실과 방도 분리되어 있어서 독립된 생활이 가능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하나, 둘씩 불편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참고 살아보려고 했는데 입주 1개월 만에 여러 사건이 순차적으로 발생했다. 


하루는 회사에 있는데 아내한테 연락이 왔다.


"큰일 났어. 식탁 등이 떨어졌어!!"

"뭐라고? 식탁 등이 떨어졌다고? 무슨 얘기야?"

"응, 식탁 천장 등이 갑자기 툭 떨어졌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사진 좀 보내봐."


아내는 사진을 보냈고 식탁 천장에 설치한 전등이 천장에서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결국 불편한 점을 정리해서 부동산에 하자 보수를 요청했다. 


철사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식탁등






우리가 입주한 월세집에서 발견한 하자는 다음과 같았다.


1. 가스보일러 압력수가 계속 줄어들었다.

2. 가스보일러 라디에이터가 거실만 작동되었다. 

3. 샤워기 수전에서 물이 샜다.

4. 화장실 변기 물이 계속 샜다. 

5. 비데 수전에서 물이 안 나왔다. 

6. 주방 싱크대 선반이 낡아서 언제 바닥으로 주저앉을지 몰랐다. 

7. 주방 싱크대 상판이 낡아서 물이 바닥으로 샜다.

8. 거실 식탁 천장 등이 내려앉았다.

9. 안방 문이 안 닫친다.

10. 방과 화장실 벽에 크랙이 생겼다. 


수시로 밸브를 열어서 압력수 보충을 해줘야 작동되었다. 


샤워실 수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똑. 똑. 똑.  


거실 라디에이터만 온기가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누수가 발생했다.


리스트와 사진을 찍어서 부동산에 하자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스페인 특유의 느린 일처리 방식 때문에 하자 수리는 계속 지연되었고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나를 수리하면 다시 또 하나가 고장 났고 다시 또 수리를 하려면 하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반복된 하자와 수리와의 전쟁을 마무리하는데 1년이 걸렸다.


나 : 싱크대에서 물이 샙니다. 

부동산 :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세요. 기술자를 보내 겠습니다. 


나 : 싱크대에서 누수는 언제 조치해주나요?

부동산 : 기술자가 바쁘다고 하네요. 좀 기다려주세요.


나 : 싱크대 누수 언제 조치해주나요? 좀 서둘러주세요.  

부동산 : 기술자가 계속 바쁘다고 하네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나 : 싱크대 누수 언제 해결이 되나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부동산 : 기술자가 아직도 안 갔어요? 저희는 연락을 했는데...


나 : 기술자가 안 옵니다. 언제 누수 문제가 해결될까요?

부동산 : 잠깐만요. 기록을 찾아볼게요. 아이코. 지금 기록을 보니 싱크대 누수 문제를 얘기한 지 4개월이 지났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얘기하겠습니다.


나 : 기술자가 계속 안 오는데요. 언제 누수 문제가 해결될까요?

부동산 : 죄송해요. 저희도 계속 연락을 했는데 기술자가 계속 바쁘다고만 하네요. 그런데 제가 다음 주에 출산 휴가를 가요. 5개월 뒤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다른 담당자가 올 테니 그분한테 말씀하세요.......




끊임없는 질문과 기다림 속에 누수 문제를 해결하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수리를 오는 기술자도 기술이 서툴렀고 엉뚱한 곳만 수리하고 가버렸다.

결국 회사 직원을 통해서 항의했더니 부동산 사장이 직접 집에 방문해서 심각성을 확인한 후 싱크대 상판을 통째로 갈았다.

그러나 싱크대 상판 교체 후에도 계속 누수가 발생해서 추가로 수리가 필요했다. 


싱크대 상판을 통째로 교체했다. 상판 대리석을 자를 때 발생한 먼지 때문에 모든 식기류를 다시 모두 청소해야 했다. ㅠ.ㅠ


기록을 찾아보니 2021년 4월 초에 입주해서 2022년 2월에 싱크대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렇게 하자와의 전쟁이 마무리되었나 싶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도 회사에 있는데 아내한테 전화가 왔다.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

"뭐?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응.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데, 안방 천장도 물이 새......"

"뭐? 안방까지 물이 샌다고?"


아내 전화를 받은 뒤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가보니 아내 말대로 화장실과 안방 천장이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화장실 천장에 누수가 발생해서 전체로 번졌고 곰팡이 냄새까지 나기 시작했다.



안방 천장도 누수가 발생해서 물이 벽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2021년 9월경 건물 입구에 메모가 붙어 있었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1개월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번지수를 확인해보니 우리 윗집이었다.

그렇게 2021년 9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당초 공지와는 달리 2022년 1월까지 계속되었다.


"도대체 무슨 공사를 하길래 공사를 5개월째 하고 있지?"

"그러게 도대체 이해를 못 하겠어. 그리고 너무 시끄러워. 집을 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 같다고!!!"


아내는 소음 때문에 매일 불만이 많았다.

장기간 공사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평일, 주말에도 공사가 반복되었고 크리스마스, 신년 연휴 기간에도 공사가 진행되었다. 

소음의 종류와 강도는 자잘한 소리부터 벽을 때려 부수는 엄청난 소음까지 다양했다.


스페인 관련 카페에 확인해보니 이곳 사람들은 소음에 관대하다고 했다.

옆집, 윗집 소음에 별 신경을 안 쓴다.

그리고 저녁 10시 이전에 발생한 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중에 확인된 결과지만 윗집 공사 영향으로 화장실 천장에 누수가 발생했다.

윗집 사람들은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그래서 누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느라 천장 누수 조치는 계속 지연되었다. 


이 와중에 정전사고도 발생했다.

처음 방문한 기술자는 정전은 천장 누수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윗집 사람들은 본인들 책임이 아니라고 우겼다.

결국 방과 화장실을 포함해서 2주 넘게 전기 사용을 못했다. 


아무래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회사에 도움을 요청했고 회사에서 부동산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정전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느라 조치가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2주 후 너무 화가 나서 부동산에 무작정 찾아갔다.

부동산 사장은 서툰 영어로 미안하다고 하면서 본인들이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도 역시 아무런 조치는 없었고 또 찾아가서 항의했다.

결국 그다음 날 기술자가 방문해서 정전 문제가 해결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전은 누수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누전차단기가 너무 노후화되어서 발생한 문제였다. 




이곳 스페인 대부분 주택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건물 노후화로 누수, 정전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집 천장 누수도 윗집 보험사와 우리 건물 보험사가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계속 조치가 늦어지고 있었다.

천장 누수가 지연되면서 누수 범위는 점점 확대되었고 안방과 화장실에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였다.


그래서 결국 다른 집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이사를 간다는 것이 엄두도 안 났다. 

그리고 이사 시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살아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가뜩이나 심난한 일요일 오후 윗집에서 시작된 소리를 듣고 이사를 결정했다. 


"뚜두 두두~~~ 뚜두 두두~~~ 쾅! 쾅!"


뭔가를 또 때려 부수고 있다.


- 08화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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