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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 Apr 21. 2022

스페인 작은 도시에 정착하기. 11화

11화. 한국 운전면허증 교환이 가능하다고요?

현재 스페인 카탈루냐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외국노동자(외노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국제 임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왔습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스페인이요."

"스페인이요? 와! 코로나 시국인데...... 여행 가시는 거예요?"

"아뇨. 일 때문에 장기 체류가 필요해서요."

"아...... 그렇군요. 국제 임시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1년이에요. 중간에 오셔서 추가로 발급받으셔야 해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발급 신청 부탁드릴게요."

"신청서 작성해서 제출해주세요. 코로나 시국이지만 부럽습니다...... ㅎㅎㅎ"


한국에 있을 때 국제 임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 관공서에 찾아갔을 때 담당 직원하고 나누었던 대화였다.


국제 임시운전면허증은 신청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이 가능하다.

단, 유효기간이 1년이라서 1년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중간에 다시 귀국해서 발급이 필요했다.

 



이곳에 와서 일 때문에 몇 번 렌터카를 빌린 적이 있다.

그때마다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 임시운전면허증은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렌터카를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1년이 다가오는 중간 시기에 한국에 입국해서 국제 임시운전면허증을 재발급을 받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 상황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국제 임시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해서 한국에 다녀오는 것은 무모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페인 관련 카페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은 스페인에서 현지 면허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글을 읽었다.


"어? 한국 운전면허가 이곳에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정말?"

"응. 여기 카페에 보니까 현지 면허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럼 교환을 해야겠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

"한번 필요한 서류하고 Cita 알아봐 줄래요?"

"그래요. 내가 한번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볼게요."


그렇게 우리 부부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운전면허증 교환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운전면허 교환은 이곳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가능했다. 

그리고 운전면허증 교환을 위한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운전면허 시험장에 Cita를 잡았다.

아내는 엠빠뜨로나미엔또, TIE 카드 발급을 위한 Cita를 몇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렵다는 Cita를 빠르게 잘 잡았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국, 일본은 자국 운전면허증을 이곳에서 현지 운전면허로 교환 가능했다.

다만 최근 이러한 정보를 악용해서 중국사람들이 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후 스페인에서 교환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스페인에서 운전면허 교환 조건과 과정을 좀 더 강화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운전면허 교환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이 필요했다.


1. 운전면허 교환을 위한 관련 서류 작성 및 준비

2. 운전면허 교환 신청서 번역 자료에 대한 공증

3. 신체검사


처음에는 서류 작성과 공증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에 잔뜩 겁을 먹었다.

한국에서 비자 준비를 하면서 공증 작업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준비과정과 절차가 복잡하지 않았다.


1번 서류 작성은 본인이 직접 작성 가능했다. 

2번 공증은 한국 대사관 및 영사관에서 가능했다.

3번 신체검사는 지정된 검진센터에서 받으면 되었다.


나는 우선 인터넷에서 찾은 양식을 이용해서 서류를 작성했다.

작성 서류는 인터넷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 상세한 정보가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2번 공증을 받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방문했다.

해외에서 처음 방문해보는 한국 영사관이라서 조금 신기했다.

주 바르셀로나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코로나 시국으로 한국 관광객과 교민이 많이 줄어들면서 영사관에 민원 업무로 대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준비해 간 서류와 여권, 한국 운전면허증을 제출한 후 대기하고 있으니 잠시 후 공증서류를 바로 발급받았다.


"자 이젠 신체검사만 받으면 되겠네?"

"내가 검진센터도 Cita를 잡았으니 그리로 갑시다."

"오케이!"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주 바르셀로나 대한민국 총영사관 입구



총영사관 내부 (코로나 시국이라 민원인이 없었다.) 


한국에서 흔하게 보던 생수통과 한국 달력 (오래간만에 본 한국 달력이 반가웠다.) 




우리는 신체검사를 위해서 예약한 검진센터로 이동했다.

검진센터 입구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지?"

"그러게. 조심해요. 괜히 찜찜하네......"

"알았어요."


우리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서 창구 접수대에 등록을 했다.

혹시 몰라서 번역기를 이용해서 운전면허 교환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창구 직원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창구 직원이 수수료를 결제하라고 하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체검사 수수료보다 살짝 저렴했다.


"응? 이상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금액보다 저렴한데?"
"그러게? 뭐 잘 됐지. 저렴하면 좋은 거잖아?"
"응...... 그렇긴 한데. 조금 이상해서...... "


운전면허 교환을 위한 신체검사 검진센터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창구 직원 안내에 따라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담당 의사가 들어오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같이 들어가서 진료실에 앉았다.


"운전면허 교환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습니다."
"오케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기다란 면봉으로 코를 찌른다.


"응? 운전면허 신체검사하는데 면봉으로 코를 왜 찌르지?"
"코로나 검사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나는 담당 의사한테  재차 얘기했다.


"우리는 운전면허 교환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다고요."
"What?"

"운전면허...... 드라이버 라이선스......"


운전대를 잡는 시늉을 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더니 담당 의사가 당황한 눈빛이었다. 

그러 더디 접수창구 직원을 불러서 둘이 뭐라고 얘기한다.

창구직원은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결국 다른 직원이 와서 우리가 예약한 Cita 정보를 확인하고 담당의사 하고 열심히 상의하더니 우리한테 금액이 다른다고 추가로 결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뭔가 금액이 이상하다고 했는데. 코로나 검사를 한 것 같은데?"

"그러게 갑자기 코를 찔러서 당황했어......"


우리는 다시 결제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직원 호출을 받고 검진 센터 안쪽에 있는 방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신체검사는 한국에서 받는 운전면허 적성검사 수준과 비슷했다.

시력, 청력, 그리고 독특한 오락기 같은 장난감 수준의 인지반응 테스트를 받았다. 


"전 세계 운전면허 신체검사 수준은 동일한가 봐......"

"그러게...... 너무 간단한데?"

"인지반응 테스트? 오락기 같은 거 했어? 너무 웃겨. ㅎㅎㅎ"

"응. 나도 했어.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던데? 양쪽 선로가 다르니까 계속 선을 넘더라고...... ㅎㅎㅎ"

"나도 몇 번 선을 넘었어. ㅎㅎㅎ"


신체검사 후 다시 아까 코를 찔렀던 담당 의사 호출을 받고 간단하게 이름과 신분을 확인하고 서류를 발급받았다. 


1종 면허를 위한 인지능력 검사 시뮬레이션 (한국에서 어릴 때 하던 초창기 오락기와 비슷했다.)





며칠 뒤 우리 부부는 운전면허 교환 신청서, 총영사관에서 발급받은 공증 증명서, 여권, 한국 운전면허증, 신체검사 증명서 등 서류를 챙긴 후 다시 운전면허시험장에 방문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운전면허시험장 앞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Cita 시간을 기다렸다.


카페에 앉아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8월은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한가로웠다.

엠빠뜨로나미엔또, TIE 신청도 무난하게 했던 상황이라서 이제 이곳 스페인에 적응하기 위한 마지막 행정 절차만 남기고 있었다. 

꼼꼼하게 챙긴다고 했지만 인터넷에서 워낙 서류 미비로 교환 접수가 거부된 사례를 많이 들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운전면허 교환을 위해 도착한 운전면허 시험장 앞 카페


Cita 시간이 다가와져서 우리는 운전면허시험장 건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대기표를 발급받고 위층에 마련된 민원실 앞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추가로 기다린 후 드디어 접수 순서가 왔다.


준비해 간 서류를 내밀며 운전면허증을 교환하러 왔다고 얘기했다.

담당 직원은 내가 제출한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자리를 떠서 다른 사무실 직원에게 여러 가지를 확인을 한 후에 접수가 완료되었다고 얘기했다.

운전면허증은 1~2달 뒤에 집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나는 무사히 접수를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나왔는데 아내가 나오지 않는다.

뭔가 불안했다.

내가 나온 뒤에도 20분 넘게 기다린 후 아내가 나왔다.


"왜? 무슨 문제가 있었어?"
"몰라 접수 직원이 뭔가 계속 헷갈려하는 것 같아."

"응? 한국 운전면허증을 왜 가지고 있어?"

"몰라? 직원이 돌려주던데?"
"아니야. 그러면 안돼. 이거 한국 운전면허증을 교환을 해주는 것이라서 제출해야 해. 난 제출하고 왔거든. 얼른 다시 가서 확인해봐."

"정말? 내 담당 직원이 잘 모르는 것 같아...... "


아내는 다시 접수대 직원을 찾아가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내밀었더니 직원이 당황하면서 운전면허증을 받아갔다. 


"큰일 날 뻔했어. 다시 올 뻔했어."

"그러게......"



운전면허 교환을 위한 경찰청 민원실 내부




서류 접수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8월의 바르셀로나 가로수길은 한낮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접수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차 안에서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모든 행정업무를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올림픽 4관왕...... 아니 그랜드 슬램을 차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접수를 마치고 2개월 후 집으로 무사히 스페인 운전면허증이 도착했다. 

언제까지 이곳에 머무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유효기간 10년짜리 면허증이 도착했다. 


그런데 최근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았는데 교환한 한국 운전면허 때문에 곤란한 일이 발생했다. 



- 12화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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