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한국하고 다른 택배 문화...... 총알 배송이 그립습니다.
현재 스페인 카탈루냐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외국노동자(외노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만나고,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어? 냉장고에 야채가 없네? 내일 아침에 먹을 야채하고 과일 주문할까?"
"그래요. 'OO컬리'나 'O팡'에서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올 테니 괜찮겠네......"
한국에서 흔하게 경험하던 일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생필품을 직접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총알, 새벽 배송은 한국 사회 특성을 너무 잘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 덕분에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곳 스페인에서 총알, 새벽 배송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다.
한국에서는 흔하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그립다.
이곳에 와서 이사오자마자 처음으로 구입한 물건이 TV였다.
동네 전자제품 매장에서 구입할까? 고민하다가 말이 안 통하는 점을 고려해보니 구매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TV를 구입하기로 했다.
스페인 관련 카페에 알아보니 아마존 배송이 가능하다고 해서 회원 가입을 하고 TV를 구입했다.
여러 가지 모델을 고민하다가 42인치 한국 L전자 TV를 구입했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했다.
아내한테는 조만간 택배 배송이 올 테니 집에고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며칠 뒤 회사에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Hola~~$%$%%%^%$$?"
"어? 전 스페인어 못합니다.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하셨나요?"
"Hola~~ #$%^$#$@%#$?"
"죄송해요. 전 스페인어를 못합니다. 혹시 영어 하실 수 있나요?"
"......"
전화가 끊겼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누굴까?
아 맞다.
아마존......
바로 아내한테 전화했다.
"혹시 아마존 배송 왔어요?"
"아니? 전혀? 왜요?"
"아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아무래도 아마존 배송인 것 같아서...... 내가 다시 확인해 볼게요."
회사 동료한테 부탁해서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혹시나 해서 아마존 홈페이에 확인했더니 부재중이라 배송이 안되었다는 안내문구가 나온다.
"어떻게 하지?"
그래서 바로 아마존 홈페이지 고객센터로 연락했다.
"제가 주문한 물건이 제대로 배송이 안되었습니다."
"아 잠시만요. 영어가 가능한 직원을 바꿔 드릴게요."
"Hello. 무슨 일을 도와 드릴까요?"
"재가 주문한 물건이 제대로 배송이 안되었습니다. 집에서 아내가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잠시만요. 확인을 해볼 테니 기다려주세요......"
한참을 기다린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지금 확인해 보니 배송원이 집에 사람이 없어서 그냥 다시 물건을 가지고 간 것 같아요."
"집에 사람이 계속 있었는데요?"
"글세요. 다시 운송사에 연락해서 재 방문하라고 연락을 해둘 테니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언제 다시 배송이 될까요?"
"글세요. 그건 알 수 없어요. 운송사에 연락을 해뒀으니 조만간 다시 배송될 겁니다.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하루를 기다렸다.
물건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문자가 왔다.
'당신 택배를 보관센터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찾으러 오실 수 있습니다. 링크된 주소를 확인해주세요.'
운송사에서 알려준 주소를 지도에서 찾아보니 집에서 몇 키로 미터가 떨어진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운송사 홈페이지 고객센터에 메시지를 남겼다.
"제가 차가 없어서 물건을 가지러 갈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계속 기다릴 테니 꼭 다시 배송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문자가 왔다.
'당신 택배를 더 이상 배송할 수 없습니다. 다시 판매처로 반송하겠습니다.'
"?......."
다시 난 아마존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운송사에서 다시 재 배송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세요. 운송사에서 아무래도 배송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주문하신 물건을 환불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주문해주세요."
"아니...... 말이 되나요? 이 물건 때문에 제 아내가 며칠간 밖에도 못 나가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요?"
"죄송합니다. 운송사에는 항의를 해 두겠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시 환불해드릴 테니 재 주문해주세요. 대신 보상 차원에서 아마존 프라임 3개월 구독권을 무료로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
너무 화가 났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시 아마존에서 S전자 TV를 주문했다.
다만 사이즈를 32인치로 줄였다.
42인치 TV를 한국에 가져가도 영상 전송 방식아 다르기 때문에 한국 방송을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했다.
대신 한국에 가면 나중에 컴퓨터 모니터로 활용 가능한 30인치로 사이즈를 줄였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배송 예정 날 하루 종일 아내가 집에서 기다렸다.
나도 아마존에서 배송 관련 전화가 올 것 같아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건은 배송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후 6시가 가까워져서 알림 메시지가 왔다.
'당신 택배를 배송 완료하였습니다.'
"어? 택배 배송이 완료되었다고 나오는데? 물건이 어딨지?"
"그러게?"
"잠시만요. 1층에 내려가 볼게요."
1층에 내려가도 사람은 없었고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다급하게 아마존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물건을 못 받았는데 배송이 완료되었다고 나오네요? 확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글세요. 현재 시스템에는 배송이 완료된 것으로 나오네요. 잠시 기다려보세요. 가끔 배송원이 미리 완료 메시지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1시간을 기다려도 물건은 도착하지 않았다.
"물건이 안 옵니다. 아무래도 분실된 것 같은데요?"
"글세요. 확인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운송사에 연락을 해 두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1층에 내려가 보았다.
그랬더니 1층 엘리베이터 앞에 큰 상자 하나가 보였다.
확인해보니 내가 주문한 TV였다.
"아이코...... 물건을 이렇게 아무 데나 두고 가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 이후로도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하면서 다양한 사고를 경험했다.
주문한 물건이 분실되어 보상받은 경우도 있었다.
어떤 물건은 분실 처리되고 보상까지 받았는데 1개월 뒤에 다시 찾은 경우도 있었다.
액체류 물건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서 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로 배송된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늘 고객센터와 입씨름을 해야 했다.
한국 지인한테 이곳 배송 시스템 문제를 얘기했더니 본인들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저희도 처음에 정말 택배 때문에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제 저희는 배송 고민 안 합니다. 그냥 물건 주문하고 신경 안 써요. 배송 안되면 또 주문하면 되잖아요. 첨에는 정말 맘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적응했어요......"
최근에는 아마존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물건을 주문하면 픽업이 가능한 곳에서 물건을 대신 받아주고 보관하는 서비스다.
도시가 큰 곳에는 '아마존 락커'라고 해서 한국 지하철 무인 물품 보관함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곳 시골에는 그런 서비스가 아직 없다.
그래서 픽업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다.
난 주로 동네 우체국을 이용한다.
그러나 부피가 크거나, 액체류는 픽업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회사로 주문하거나 하루 종일 집에서 사람이 기다려야 한다.
회사로 몇 번 택배를 배송했는데 무거운 물건은 다시 집까지 들고 오는 것이 일이다.
그리고 매번 회사로 택배를 주문하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주문한 택배가 언제 도착하는지 짐작할 수 없다.
대략적인 배송 날짜만 알 수 있다.
늘 아마존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오늘 저녁 10시 안에 배송 예정'
덕분에 주문한 물건이 배송이 되기로 한 날에는 집에서 아내가 하루 종일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나도 혹시 모르는 전화가 올까 봐 습관처럼 스페인어 문장을 하나 외우고 있다.
"Hola. 아마존? 저는 OOO입니다. 집에 사람이 있습니다."
가끔 배송원이 무게가 나가는 물건은 배송 전에 미리 전화해서 사림이 집에 있는지 확인한다.
그래야 헛수고를 피할 수 있다.
처음 주문했던 TV도 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것 같은데 내가 못 알아들으니 그냥 끊어버리고 반송처리를 해버린 것 같다.
요즘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택배 배송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대략적인 배송 패턴이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다만 가끔 내 예상 패턴과는 다르게 엉뚱하게 배송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늘 택배 배송이 집으로 오는 날에는 꼼짝없이 사람이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택배를 주문하면 아주 빠르면 다음 날. 보통은 2~3일, 늦게는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한 번은 아마존에서 주문한 물건을 3개월 뒤에 받은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한국에서 늘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배송되는 'OO컬리'나 'O팡' 배송 시스템이 그립다.
"한국에서 총알, 새벽 배송하시는 택배 기사님들. 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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