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회사 가기 싫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내일 회사 가기 싫다. 30년 넘게 열심히 살아온 내가 뭐가 부족해서 뭐를 잘못해서, 무슨 벌을 받는건지 싶다. 그 정도로 회사 가는 건 큰 고통이다. 회사 가는 것이 싫은 이유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극복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하였다. 출퇴근길의 교통 지옥을 피하기 위해 비싼 월세를 지불하고 회사 근처 도보 10분 거리에 살고 있다. 또한 오전 9시까지 출근인데 8시 40분 부터 회사 사옥 엘리베이터가 붐비기 때문에 아예 1시간 일찍 출근한다.
싫은 것을 피하기 위해서 나에게 이 정도 시간과 비용은 기꺼이 감수할 가치가 있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에도 대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이라 인파가 몰려도 서로 몸이 부딪히지 않는다. 질서 정연하게 알아서 서로 피한다. 한국에서 출퇴근길 러시 아워에 지하철에 구겨져 숨 참고 타다가, 대만 가니 천국이었다. 다시는 출퇴근길에 한국 대중교통은 못 타겠더라.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라고 괴롭히는 직장 상사, 이해할 수 없는 프로세스 시스템 등 회사 가기 싫은 이유는 끝도 없이 많으니 생략하자.
회사를 정말 좋아하기도 했다. 이전에 다닌 회사는, 회사를 너무 좋아해서 코로나가 심할 때 1년 넘게 5일 전일 풀 재택근무에도 종종 출근하여 업무를 하였다.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 회사였고, 실제 직원의 입장에서 복지가 좋았다. 그리고 나의 업무 성과 실적도 굉장히 잘 나와서 인사평가도 최고 등급 고과를 받는 등, 나도 내 업무에 만족하고, 회사도 나의 업무 실적에 만족하는 것 같다.
그런데 회사는 가기 싫은데 일은 재밌다. 일이 재밌으니 무려 15년 동안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재택근무가 좋은데, 코로나가 끝나가는 것은 좋지만, 재택근무가 없어지는 것은 싫다. 정말 다행히 현재 소속된 부서의 단장님과 팀장님이 배려해 주셔서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싫으면 퇴사하면 되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 힘들다. "풀재택근무하는 회사로 이직하면 되잖아"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직이 쉽지는 않다. 일은 하기 싫고, 돈은 있어야겠고. 역시 돈이 문제다. 당장 다음달부터 월급이 끊기면 막막하다. 그동안 모아 놓은 월급이 바닥나는 순간부터 굶게 된다. 아껴 쓴다면 몇달간 버틸 수 있을까? 를 진지하게 계산해보며 파이어족들의 성공사례를 찾아 네이버와 유튜브를 기웃기웃하게 된다.
매월 돌아오는 25일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을 내 발로 박차고 나오기엔 월급은 따뜻하다. 그리고 난 절실하다. 융자와 이자 라는 이름의 두 여자가 매달 내 월급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회사가 나의 지식과 스킬을 필요로 한다. 아직은 난 쓸모가 있다. 쓸모 있을 때 월급을 뽑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답은 아직 못 찾았다. 언제쯤 그런 유토피아 같은 회사와 업무를 만날 수 있을지, 또는 존재하기는 하는지 모르겠다.
아, 내일 회사 가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