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환경의 종일 수밖에 없는 걸까?

고아해 보이던 댈러웨이 부인도, 아마도 버지니아 울프도, 나도...

by 아이언맨

드디어 댈러웨이 부인은 장갑을 파는 가게에 도착했다. 집에서 여기로 오는 길지 않은 길 위에서 온갖 생각들이 지나쳐 갔다. 때로는 대영제국의 규범과 위엄을 보는 듯한 풍경도 있었고, 어떤 것은 제국의 영광과 귀족적인 전통이 퇴색해 감을 보여 주는 장면들도 있어, 길거리에서 그녀가 마주한 모습들은 자신의 의식의 복합적 특성을 함께 띠고 있었다.


이제 가게에 들어선 그녀의 눈에 비친 모습과 그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심상의 모습을 그려낸다. 댈러웨이 부인은 어려서부터 교육받은 대로 품위를 갖춘 여인이었고,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생각 깊은 여인이었으며, 아울러 따뜻한 심성을 지닌 여인이었지만, 여전히 그 시대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여인이었다. 가게 주인을 대하는 태도에는 예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지배 계급의 도도함이 드러나고 있었다. 사람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사람 자체를 놓고 판단하기보다는 그의 외모로 판단하는 경향을 피할 수 없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종인 것이다.


어쨌든 댈러웨이 부인의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겨 보자. 때로는 매끄럽지 않게 의식이 도약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원래 의식의 흐름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Good morning" said Clarissa in her charming voice.

"안녕하세요" 클라리사가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Gloves" she said with her exquisite friendliness and putting her bag on the counter began very slowly, to undo the buttons.

"장갑" 그녀는 아주 친절하게 말했다. 그리고 카운터 위에 그녀의 가방을 놓으면서, 매우 천천히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 아주 친절하게 (with her exquisite friendliness)는 '세련된 친절함으로'라는 원문의 뜻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표현이다. 댈러웨이 부인은 몸에 밴 친절함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상류 계층의 필수템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적인 친절과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그런 종류의 친절이다.



"White gloves" she said.

"하얀 장갑" 그녀는 말했다.


"Above the elbow" and she looked straight into the shopwoman's face - but this was not the girl she remembered?

"팔꿈치 위로" 그리고 그녀는 가게 여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그러나 이 사람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여자가 아니었다.


She looked quite old. "These really don't fit" said Claissa. The shop girl looked at them.

그녀는 꽤 나이 들어 보였다. "이 장갑은 잘 맞지 않아요" 클라리사가 말했다. 그 가게 여자는 장갑을 쳐다보았다.


* 댈러웨이 부인의 말을 재구성하면, "하얀 장갑이 팔꿈치 위로는 잘 맞지 않아요." 일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의식의 흐름을 포착하다 보니 이렇게 말들이 끊어지는 듯 묘사되었다.


"Madame wears bracelets?"

"부인께서는 팔찌를 하시나요?"


Clarissa spread out her fingers. "Perhaps it's my rings."

클라리사는 그녀의 손가락을 펴 보였다. "아마도 반지는요."


* 팔찌 때문에 장갑이 헐렁해진 것이 아닐까 하고 가게 주인이 의문을 제기하자, 반지 때문일 것이라고 댈러웨이 부인이 답한다. 팔찌를 하지 않는다, 즉 팔찌가 없다는 말을 하기 존심이 상한 댈러웨이 부인이 반지는 끼고 있다고 말하는 느낌으로 번역해 보았다.


And the girl took the grey glvoes with her to the end of the counter.

그리고 그 여자는 회색 장갑을 가지고 카운터의 끝 쪽으로 갔다.


Yes, thought Clarissa, if it's the girl I remember she's twenty years older...

그래,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만일 내가 기억하는 여자가 맞다면 스무 살은 더 나이가 많을 텐데...


There was only one other customer, sitting sideways at the counter, her elbow poised, her bare hand drooping, vacant; like a figure on a Japanese fan, thought Clarissa, too vacant perhaps, yet some men would adore her.

한 사람 다른 고객이 있었다. 카운터 쪽에 옆으로 앉아 있었다. 팔꿈치를 받힌 채, 빈 손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일본 부채에 있는 인물처럼,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아마도 너무 비어 있는 듯해, 하지만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도 있겠지.


* 다른 고객이 한 명 있었는데, 온몸의 기력이 다 빠진 듯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을 한 고객이었다. 여백 즉 빈 공간이 두드러져 보이는 동양화, 일본 부채에 그려진 그림을 언급하며, 뭔가 얼빠진 듯한 한 여성 고객을 묘사하고 있다.


The lady shook her head sadly.

그 부인은 슬픔에 잠겨 머리를 가로저었다.


Again the gloves were too large.

다시 가져온 장갑도 너무 컸다.


She turned round the glass.

그녀는 유리 거울을 돌렸다.


"Above the wrist" she reproached the grey - headed woman; who looked and agreed.

"손목 위에" 그녀는 그 회색 머리 여자에게 나무라듯 말했다. 그녀는 쳐다보더니 동의했다.


* 손목 위 부분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예의범절이 있는 댈러웨이 부인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가게의 여인에게 야단치는 모습에서 당시 상류 계층의 사람들의 고고함과 안하무인적인 태도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They waited; a clock ticked; Bond Street hummed, dulled, distant; the woman went away holding gloves.

그들은 기다렸다, 시계가 째깍거렸다. 본드 거리는 웅웅거렸고, 먹먹했고, 멀었다. 그 여자는 장갑을 들고 갔다.


* 순간 정적이 흐른다. 그 정적 사이로 째깍거리는 소리, 밖의 거리의 소음들이 들린다. 문이 닫혀 있어 그 소리는 그냥 웅웅 거리며 멀리서 들리는 무딘 소리로 들린다.



"Above the wrist" said the lady, mournfully, raising her voice.

"손목 위에" 그 여자는 흐느끼듯 말했다. 목소리를 높여서.


And she would have to order chairs, ices, flowers, and cloak - room tickets, thought Clarssa.

그리고 그녀는 의자들, 차가운 것들, 꽃들, 그리고 외투 보관실 티켓들을 주문해야 할 것이다.라고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 의식의 급격한 전환, 댈러웨이 부인은 이 순간 자신의 집에서 열린 파티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므로 생각하고 있다.


The people she didn't want would come; the others wouldn't.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올 것이었다. 원하던 사람은 오지 않고.


She would stand by the door.

그녀는 문 옆에 서 있을 것이었다.


They sold stockings - silk stockings.

그들은 스타킹을 팔았다. 실크 스타킹.


A lady is known by her gloves and her shoes, old Uncle William used to say.

장갑이나 신발을 보면 여자들을 알 수 있다고 윌리엄 삼촌은 말하곤 했지.


And through the hanging silk stockings quivering silver she looked at the lady, sloping shouldered, her hand drooping, her bag slipping, her eyes vacantly on the floor.

실크 스타킹은 은빛으로 반짝거리고, 그녀는 걸려 있는 스타킹 사이로 그 부인을 쳐다보았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어깨, 손은 축 늘어져 있고, 가방은 미끄러져 내리고, 눈은 텅 빈 채 바닥만 보고 있었다.


I would be intolerable if dowdy women came to her party!

만일 단정치 못한 여자들이 파티에 온다면 난 참을 수가 없을 거야!


Would one have liked Keats if he had worn red socks?

키츠가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다만 사람들은 그래도 키이츠를 좋아했을까?


* 이런 말이 생각났다. "사람들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기억하라.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외모로 판단할 것이다." 코코 샤넬이 했다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Oh, at last - she drew into the counter and it flashed into her mind: "Do you remember before the war you had gloves with pearl buttons?"

오, 마침내 - 그녀는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리고 번쩍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당신 기억하세요, 전쟁 전에 이 가게에는 진주 단추가 있는 장갑이 있었잖아요."


"French gloves, Madame?"

"프랑스 장갑 말이에요, 부인?"


"Yes, they were French" said Clarissa.

"그래요, 프랑스 장갑" 클라리사는 말했다.


The other lady rose very sadly and took her bag, and looked at the gloves on the counter.

그 부인은 매우 슬픈 듯 느리게 일어섰다. 그리고 가방을 들더니 카운터 위의 장갑을 쳐다보았다.


But they were all too large - always too large at the wrist.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너무 컸다 - 항상 손목에는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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