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의식의 끊임없는 교차의 미로는 문학적 미학

의식의 흐름은 주류, 현실은 배경처럼...

by 아이언맨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난해한 이유를 오늘에서 깨닫게 되었다. 한 문장 안에 현실의 사건과 그로 인해 촉발된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돌출하는 의식이 나란히 병치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의식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현실과 의식이 조각조각 파편화되어 교차하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글을 난해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의식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어 참 흥미로운 글이라고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읽을 때, 이를 식별하면 더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번역도 버지니아 울프의 그러한 현실과 의식의 교차를 가급적 무너뜨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독자도 이러한 교차를 느껴보기를.


The traffic suddenly roared; the silk stocking brightened. A customer came in.

갑자기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으르렁거렸다; 실크 스타킹이 반짝였다. 한 손님이 들어왔다.


"White gloves, " she said, with some ring in her voice that Clarissa remembered.

"하얀 장갑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엔 클라리사가 기억하고 있던 어떤 울림이 있었다.


* "하얀 장갑 있어요"는 현실의 사건,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의식의 병치.

* 이어지는 묘사들은 순간적으로 클라리사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 회상들이다.


It used , thought Clarissa to be so simple.

클라리사는 예전에는 삶이 아주 단순했었다 생각했다.


* 아마도 "하얀 장갑 있어요"하는 소리는 예전 전쟁 전에 알았던 어떤 목소리를 닮았겠지, 그래서 그녀는 순간적으로 예전의 삶을 생각한다.


Down down through the air came the caw of the rooks.

허공을 가로질러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갈까마귀 떼의 깍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예전의 삶에 대한 생각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의 기억을 떠 올린다.



When Sylvia died, hundreds of years ago, the yew hedges looked so lovely with the diamond webs in the mist before early church.

실비아가 죽었을 때, 수백 년 전, 이른 아침 교회 앞의 안갯속 다이아몬드 거미줄이 걸려 있던 주목 울타리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 결정적인 회상이다. 친언니 실비아의 죽음을 회상한다.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지는 그 죽음, 오히려 클라리사의 눈에 그날은 참 아름다웠던 날인데, 그처럼 비극적인 일이...


But if Dick were to die to-morrow as for believing in God - no, she would let the children choose, but for herself, like Lady Bexborough, who opened the bazaar, they say, with the telegram in her hand - Roden, her favourite, killed - she would go on.

그러나 만일 딕이 내일 죽는다면, 신을 믿는 건 - 그럴 수 없어,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게 내버려 둘 거야, 하지만 그녀 자신을 위해서, 벡스보로우 부인처럼, 그녀는 손에 전보를 든 채로 바자회를 열었다고 하지, 사랑하는 로던이 죽었다는 전보를 - 그녀는 멈추지 않을 거야.


* 실비아의 죽음을 회상하다 보니, 갑자기 또한 남편의 죽음을... 남편이 죽기를 바라기도 하는 것처럼, 그럴 만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상념은 신을 믿는 문제로 확대되어 간다. 자식을 잃은 벡스보로우 부인의 모순적인 행동도, 개인적 상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상황의 비극.


신을 믿지 않을 거라는 댈러웨이 부인의 생각과 벡스보로우 부인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상념이 서로 교차되어 문장이 조각조각나 있다. "남편이 죽더라도, 신을 믿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은 스스로 믿을지 안 믿을지 결정하도록 내 두겠지만, 녀 스스로는 믿지 않겠다는 그 신념을 지켜 나갈 것이다."라는 생각과 벡스보로우 부인의 비합리적인 비극적 상황이 뒤얽혀있다.


But why, if one doesn't believe? For the sake of others, she thought, taking the glove in her hand.

그런데 왜, 믿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녀는 생각했다, 손에 장갑을 받으면서.


* 그녀의 생각과 현실이 동시에 얽혀있는 상황


This girl would be much more unhappy if she didn't believe.

믿지 않는다면 이 여자는 훨씬 더 불행할 테지.


"Thirty shillings" said the shopwoman.

"삼십 실링입니다" 가게 여자가 말했다.


"No, pardon me Madame, thirty-five. The French gloves are more."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부인, 삼십오 실링입니다. 프랑스 장갑은 더 비싸요."


For one doesn't live for oneself, thought Clarissa.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 의식의 흐름을 정리해 보면, 익숙한 목소리로부터 회상이 시작되었고, 어릴 때 친언니의 비극적 죽음을 떠 올리며 그녀는 자신이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 자신은 사람이 신을 믿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신을 믿을까? 만일 자신만을 위해서라면 신을 믿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람들은 신을 믿는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사랑하는 죽은 사람들을 내세에서 만날 희망이라도 있어야 사람이 살아갈 동력을 얻지 않겠는가?


And then the other customer took a glove, tugged it, and it split.

그리고 그때 다른 고객이 장갑 한 짝을 잡아당겼고 그것은 찢어졌다.


"There!" she exclaimed. "A fault of the skin, " said the grey-headed woman hurriedly.

"저기!" 그녀는 소리쳤다. "가죽에 흠이 있었어요", 회색 머리를 한 여자가 급하게 말했다.


"Sometimes a drop of acid in tanning. Try this pair, Madame."

"때때로 무두질할 때 산이 한 방울 튈 때가 있거든요. 이걸로 껴 보세요, 부인."


"But it's an awful swindle to ask two pound ten!" Clarissa looked at the lady; the lady looked at Clarissa.

"그러나 이 파운드 십 실링은 터무니없어요!" 클라리사는 그 부인을 쳐다보았다. 그 부인은 클라리사를 쳐다보았다.


"Gloves have never been quite so relialble since the war" said the shop - girl apologizing, to Clarissa.

"전쟁이 끝난 후로 장갑은 예전과 달라졌어요." 가게 여자가 클라리사에게 사과하면서 말했다.


* 쭉 현실의 사건들이 묘사되고 있다.


But where had she seen the other lady? - elderly, with a frill under her chin; wearing a black ribbon for gold eyeglasses; sensual, clever, like a Sargent drawing.

그런데 저 부인을 언제 본 적이 있더라? - 나이 들고, 턱 아래에 주름, 금빛 안경에 검은 리본, 관능적이고, 영악하고, 사전트의 초상화처럼.


How one can tell from a voice when people are in the habit, thought Clarissa, of making other people - "It's a shade too tight" she said - obey.

정말 목소리로 구별할 수 있다니, 사람들이 평소에 하는,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을 - "그건 조금 조여요."그녀가 말했다 -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목소리.


* 현실의 말 한마디가 클라리사의 의식에 끼어들고 있다. "그건 손에 좀 작아요." 하는 소리가. 그리고 그 소리는 언젠가 알았던 사람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어떤 여인의 목소리와 즉각적으로 연결되어 의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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