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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맨 Nov 12. 2016

민락교에서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갈맷길 2-2코스

지난번 민락교에서 갈맷길 2코스 중간 인증대를 찾지 못했다. 이번 걸음에 다시 인증대를 찾아보았지만 실패다. 갈맷길 관리과로 전화를 넣어 본다.


"혹시 민락교 아래 갈맷길 중간 인증대가 어디 있나요? 찾을 수가 없네요?"

"아~ 예, 죄송합니다. 태풍 차바로 인증대가 소실되어서 말이죠..."

"언제쯤 복구가 될까요?"

"워낙 광범위하게 갈맷길이 파손되어 시일이 좀 걸릴 듯합니다. 내년 초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수영강변 데크길은 출입금지이다. 태풍 차바로 인한 붕괴 위험이 있어 복구를 해야 한단다.

 


자연의 파괴적인 힘 앞에 인간의 조형물이란 힘없는 허수아비와 같다. 자연의 파괴력은 인간의 무분별함에 따라 더욱 거세어져 가고 있다.


제임스 러브룩은 "가이아의 역습"이라는 말로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러브룩은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이아'라고 불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 그의 '가이아 이론'에 의하면 지구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시스템에 가해진 압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반응을 한단다. 인간이 거대한 자연의 코털을 잘못 건드리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연 재난의 강도가 점점 거세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은 위기에 처한 '가이아'가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의 필연적인 결과물인 것이다.


제임스 러브룩의 '가이아 이론'은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말한 정상과학으로 나아가는 길에 서 있다. 아직 '가이아 이론'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가이아 이론은 그 지체로 인간의  자연 파괴에 대한 준엄함 경고를 보내고 있다.    


수영강이 바다와 만나는 수영만. 그 옆으로 수변공원이 있다. 민락수변공원이다. 가까운 민락회센터에서 횟감과 초장과 야채를 사 와서, 이 곳에 자리를 깔고 소주 한 병을 놓고 앉은 사람들. 그저 바다만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무슨 이야기인지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민락수변공원을 지나면 민락항. 도심에 이런 작은 어항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현대인은 다니던 길을 계속 다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주위에는 숨은 장소가 비일비재하다. 다니지 않던 길도 다녀 보는 것이 여행이나 모험의 시작이 아닐까?  



민락항을 감싸고 있는 방파제를 걸어 하얀 등대까지 걸어가 본다. 광안대교를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이 곳일성 싶다.



광안대교는 총길이가 7420m, 거대한 두 기둥 간의 거리가 500m, 현수교 구간(굵은 쇠밧줄로 이어진 구간) 900m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금문교와 비교를 하면 재미있다. 금문교는 총길이 2737m, 기둥 간 거리 1280m, 현수교 구간은 1966m이다. 광안대교는 접속교량이 6520m로 아주 길지만 실제로 현수교 구간은 금문교가 훨씬 길다.


어쨌건 광안대교가 지어질 무렵 걱정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산의 명물이 되어 부산 관광을 올라치면 반드시 한 번은 거쳐야 할 교량이 되었다. 매년 10월에 열리는 부산 불꽃 축제의 불꽃은 광안대교 위 밤하늘을 수놓는다.  갈맷길 2코스는 광안대교와 함께하는 길이다.  


광안리 해수욕장. 부산 젊은이들의 해방구 광안리! 낮보다는 밤이면 더욱 빛나는 광안리 카페 거리. 매년 7~8월 주말 밤 10시~1시까지 이 거리는 차 없는 문화의 거리가 된다. 끼를 숨길 수 없는 젊은이들이 이 거리에서 각종 공연을 연다. 노래하고 춤춘다. 마술 공연, 인형극...


광안리 모래사장에는 곧 다가올 불꽃 축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해마다 불꽃축제를 관람해왔다. 광안리 해변도로에서 인파에 섞여서 볼 때도 있고,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멀찌감치 볼 때도 있었고, 심지어 황령산에 올라가 숲 속에서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은 모래사장에 앉아 음악과 함께 불꽃쇼를 보고 싶다. 의자가 놓인 유료 관람석은 아니더라도 그저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로 머리 위에서 터지는 불꽃을 보고 싶다. 아낌없이 자신을 불태우는 불꽃의 정열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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