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2-2코스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이기대 동생말까지는 광안대교가 지배하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 내내 언제라도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광안대교가 거기에 있다.
이 길 위에 있는 어느 누구라도 광안대교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광안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바다를 찾아오는 것이지만, 사실은 광안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를 보러 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광안대교는 밤도 마다하지 않는다. 광안대교의 야경, 광안대교의 불빛이 바다에 비치는 모습은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광안 해변도로, 남천 해변로, 남천항, 광안대교 진입로, 용호 유람선 선착장, 섭자리, 용호부두, 동생말.
광안리에서 동생말로 이어진 길에서 만나는 이정표들이다. 각 위치에서 보는 광안대교의 모습은 같지 않다.
동일한 사물이 다양한 외적 조건에 따라 달리 보인다. 완전한 구가 아닌 이상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무엇과 함께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도 상당히 달라 보인다. 다시 말해 어떤 배경 앞에 서 있느냐, 또는 어떤 전경 뒤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어느 시간대에 보느냐에 따라 빛의 양이나 빛이 비치는 각도가 달라질 텐데, 이 역시 사물의 모습을 달라져 보이게 만든다. 아마도 보는 사람의 내적 기분에 따라서도 달라 보일 게다. 그렇다면 어제 본 것이 오늘 본 것과 같지 않고, 오늘 본 것이 내일 볼 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모습을 대하고 있는 것일 터, 다만 보는 사람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조르바는 인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하루이며, 매일 보는 사물도 그에게는 새롭게 보인다. 조르바의 인생은 새로움과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은 세상을 매일 새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 길은 다양한 각도로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길이었다. 그리고 삶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