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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맨 Dec 05. 2017

영도절영해안길

갈맷길3코스2구간&3구간

걸은 길: (갈맷길3코스2구간)영도대교 > 깡깡이길 > 남항대교입구/ (갈맷길3코스3구간) > 흰여울마을입구 > 해안절영길 > 중리해변


깡깡이길

영도다리를 지나 깡깡이길부터 이날의 길을 시작한다.

"깡! 깡! 깡!" 소리가 요란하던 곳, 이곳은 한국조선산업의 발상지로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인 '다나카 조선소'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도 수많은 수리 조선소가 남아 있다.


선박을 수리하기 위하여 페인트를 벗기느라 망치로 두들기면 "깡! 깡! 깡!"하는 소리가 사방에 메아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걷는 날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다만 퇴역한 선박들인지 수리할 선박들인지 잔뜩 녹이 쓴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수리 조선소와 선박 부품 가게들이 자리한 깡깡이길을 벗어나니 묘박지에 정박한 선박들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바다를 가로지르는 남항대교가 손에 잡힐 듯이 들어온다. 그리고 남항대교 아래로 이어지는 방파제 길도 시원스레 뻗어 있다.



절영해안 산책길과 흰여울마을

남항대교 아래를 지나 방파제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절영해안을 바라본다. 봉황이 날아들었다는 봉래산이 보이고, 그 아래 흰여울마을이 보인다. 봉래산에서 흘러내리던 물이 급한 경사지에서 하얗게 포말로 부서지는 모습 때문에 흰여울이라 불리는 마을, 지금은 흰여울은 보이지 않고 바다를 접한 가파른 경사지와 마을길 사이에 세워놓은 1미터가량 높이의 하얀색 담이 흰여울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절영해안산책로에 들어선다. 원래 영도는 신라시대부터 말을 방목하여 기르던 곳이었다. 여기 말들은 하도 빨리 달려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림자를 끊는다'는 뜻의 절영絶影이라는 표현을 써서 절영마絶影馬라고 불렀다. 영도라는 이름도 역시 절영도라는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봉래산을 휘돌아 절영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저 앞바다에 선박들이 점점이 정박해 있다. 물 위에 그은 수평선은 어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고, 다도해에서는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볼 수 있지만, 큰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은 어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장관이다. 부산항 외해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지역을 묘박지라 부른다.


흰여울 마을 경사지 아래 해안 산책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와 흰여울 마을의 골목길과 만난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면 흰여울 마을을 뒤로하고 중리를 향한 절영해안을 걷게 된다. 이 길은 두세 번을 가파른 언덕으로 올랐다가 다시 해안으로 내려와야 하는 길이다.


어휴!  저 놈의 땡볕!

절영 해안길은 예상보다 힘들었다. 그늘도 없는 바닷길, 바람도 없다. 머리 위에 이글거리는 유월의 태양, 작달만한 그림자. 생각지도 않았던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계단,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때문에 눈이 따끔따끔거린다. 온몸은 파김치가 되어간다.


해안길은 뙤약볕으로 고생길이었고, 계단을 올라 언덕 위 숲 길은 오르막으로 고생길이었다. 하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비경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중리 해안이 다가올 즈음에  숲 속에 장미 한 송이만 피어있는 장미 동굴을 만났다. 계단에 앉아 쉬어 한 숨을 돌린다.


흰여울 마을을 지나 1시간여를 계속 걸었다보다. 더위에 파김치가 되어가는 몸은 저기 중리 마을을 보이자 다시 힘이 솟는다.


에메랄드빛 바다

맑은 해안의 물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유혹한다. 나는 차마 물에 뛰어들지는 못하고 에메랄드빛 물을 손에 가득 담아 올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힌다.


중리 마을에 도착한 나는 시원한 밀면으로 허기를 지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지막 더위를 뿌리친다. 중리에서 태종대로 넘어가는 길은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의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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