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4-1코스
작년 9월 9일에 걸었던 길. 거의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그 길의 기억을 떠 올리는 것은 가능할까? 그때 찍었던 사진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망각의 정도가 진해지겠지만, 그래도 길을 걸었던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 현재 나의 모습과 생각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하고 싶어 지기도 한다.
첫 장면, 송도 바닷가
송도 바닷가, 저 멀리 부산항에 기항하는 배들이 묘박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송도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철 지난 해수욕장 해변은 한적하다.
둘째 장면, 볼레길
송도해안 볼레길,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입구까지 1.4km의 해안길이다.
눈을 들어 바다 저 편을 보면 남항대교와 영도가 건너다 보인다.
이 곳은 국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6-7천만 년 전 다대포 일대가 호수였을 때 형성된 지층이 드러나 있는 해안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산 허리가 잘린 부분을 통과할 때면 으레 희미하게 남은 지층을 보면서 오랜 시간의 흔적을 찾아보곤 했다. 볼레길에서는 그 시간의 역사가 아주 진하게 남아 있다.
볼레길 해안의 물이 맑아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이 날은 해녀들이 물질을 멈추고 뭔가 서명을 받고 있다.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떤 일이 있는가 보다. 알고 보니 서구청에서 주차 공간을 확보한다고 해녀촌을 철거하라고 했다고. 40여 년간의 생존의 터전을 비워달라는 말은 당사자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일 텐데... 그때 서명을 못해 준 게 미안해진다.
셋째 장면, 암남공원의 '두도'
송도 케이블카는 암남공원에서 바다 건너 송림까지 1.6km의 허공을 달린다.
누가 뭐래도 암남공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새들의 고향인 ' 頭島두도'의 모습이다.
암남공원이 몸통이라면 두도는 머리인 셈이다.
암남공원 숲길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에 온 몸은 아직 남은 더위로 땀을 흘린다.
그 땀 흘린 노고는 이 '두도' 풍경으로 상쇄된다.
파괴된 구조물도 두도의 아름다움에 한몫을 거든다. 언제나 섬은 돌아가고픈 고향처럼 느껴진다.
우리 모두가 섬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넷째 장면, 장군산 둘레길
암남공원을 나와 들어선 길은 장군산 둘레길이다.
실제보다 두배는 길게 느껴지는 길이었다.
아름답지도 않았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는 풍광을 해치고 마음도 해쳤다.
왜 사람들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걸까?
그때 찍었던 사진을 보며 글을 쓰면,
글 쓰는 일이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쓸 때는 과거에 느꼈던 감정만이 아니라 그 감정이나 장면을 두고 현재 새롭게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난다.
결국 글 쓰는 것은 현재 나를 표현하는 그런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