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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맨 Aug 21. 2020

제주의 사려니숲과 우도

제주의 속살을 보다

1

신령한 숲 속 울창한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파고들었다.

삼나무가 도열한 제주 삼나무길 비자림로를 달려 도착한 사려니숲에 들어서자 어둑어둑한 서늘함이 감돈다.

우뚝 선 삼나무 숲 사이로 비친 빛은 신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려니는 '살안이' 또는 '솔안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여기 '살' '솔'은 신성한 곳, 신성한 곳이란 뜻이라 한다.

이 숲에는 트레킹할 수 있는 15km의 길이 있다. 사려니숲의 초입에만 발을 디딘 나는 몇 발자국만의 족적을 남겼을 뿐, 언제 다시 이 숲에 오면 숲길을 다 걸어볼 요량이다.


2
'그분은 물의 표면에 수평선을 그리신다네.' (욥기 26:10)


제주의 바다는 다르다. 섬 속의 섬 우도의 바다가 그렇다. 무엇보다 바당이 드넓다. 수평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수평선이 그랬다. 끝이 없었다.

보이는 것이란 온통 하늘빛과 바다 빛, 선 하나가 하늘과 바다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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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올레길은 등대가 있는 우도봉을 지나간다. 제주의 여름이 내려앉은 우도 올레길은 만만치 않았다.

132.5m의 그다지 높지 않은 우도봉도 힘겨운 도전이었다. 등대에 올랐을 때는 더위에 너무 지쳐 풍경도 사진도 관심 밖이었다.

"우도를 가 보지 않고서는 제주도를 봤다고 말하지 말라. 우도봉을 오르지 않고서는 우도를 봤다고 말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제주의 속 살을 볼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곳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곳 중 하나가 우도이다.


우도의 북쪽은 평화로운 들판

남쪽은 우도봉


우도봉에 올라서야만 드넓은 제주의 푸른 바다와 푸른 섬 제주도를 마주하게 된다.

다만 우도 해안길은 빨갛고 노랗고 파란 전기 스쿠터에 온통 점령당하였다.

다행이랄까, 올레길은 잠깐 해안도로를 걸을 뿐 스쿠터와는 다른 한적한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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