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남짓한 깊이의 물은 거울 같았다.
물 가장자리의 나무와 수국은 물 위에 제 얼굴을 비쳐보고, 지나가는 새는 잠시 깃털에 물을 뿌린다.
직박구리 앉았던 나무 가지 흔들리고, 물 위에 잎사귀 하나 떨어진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은 물결무늬로 만들어지고, 초 여름 햇빛은 물 표면에서 튕기어 천정에 간섭무늬를 그려낸다.
F1963 달빛정원의 물 위에 초여름 햇빛과 한 줄기의 바람과 한 줌의 여름꽃이 내려앉았다.
육십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주고받는 목소리도 물 위에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