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사월 한낮의 봄날, 예전 한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오월의 찬란함이 마치 눈물을 압축시켜 만든 보석처럼 빛나고 그 속에는 까닭 모를 슬픔이 배어 있다 느꼈었는데, 그에 비할 정도는 아니건만 이 한낮의 봄볕은 난독증에 걸린 사람처럼 제대로 읽을 수가 없으니 이건 아마 도시의 꽃밭에서는 윙윙거리는 벌들이 사라지고 오직 소리 없이 눈부신 봄햇살 아래 꽃들조차 소리 없이 고요히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곧 자리바꿈 할 오월의 꽃들을 위해 하나하나 공간을 내어주는 사라짐의 생소한 깨달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